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이 심상찮다. 다수의 2차, 3차 감염이 이어지고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3일 전날까지 791명이던 격리 대상자도 하루 만에 573명이나 증가해 총 1312명에 달한다. 불안감 때문에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휴업에 들어간 학교와 유치원도 전국적으로 230곳에 이른다. 시간이 지나면서 휴업에 들어갈 학교는 늘어날 전망이다.
기업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수출 부진과 저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메르스가 내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미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 취소가 잇따르며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기업은 대규모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할 정도로 불안감이 크다. 이 상태라면 지난해 세월호 후폭풍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에 이어 올해에는 메르스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규모 전염병은 경제에 타격을 입혔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등 전염병이 생겼을 때 관련국 경제성장률이 급락했다. 사스 발병 당시 2003년 1분기 중국 성장률은 전년 동기 10.8%에서 7.9%로 성장률이 급락했다. 신종플루 발생 당시인 2009년 3분기 한국 여행업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4.9% 감소했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국회 대응은 한심스럽다. 청와대는 국회법 거부권 행사를 두고 연일 국회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휴업을 결정하는 학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아 일선 학교에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여야도 당 내분으로 메르스 대책은 뒷전이다. 이런 와중에 메르스를 조기 차단할 골든타임을 놓쳤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이후 갈등과 경제 타격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메르스 확산 차단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소모적 정쟁은 잠시 접어두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와 국회가 우왕좌왕하면 불안감과 불신은 더 커진다. 메르스 해결을 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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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희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