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합종연횡에 공정위 잣대 더 깐깐해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이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국가 간 공조를 강화한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도쿄일렉트론이 합병을 시도했다가 무산됐지만 유사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공정위 기업결합과는 “어플라이드와 도쿄일렉트론 합병 시도를 무산한 것은 국가 간 긴밀한 공조가 주효했다”며 “세계 반도체 시장 흐름상 앞으로 각 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 시도가 잦아질 것으로 보고 이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어플라이드와 도쿄일렉트론 결합 심사를 두고 관련 국가와 공조하고 국내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먼저 결합 승인을 발표한 싱가포르와 독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과 수시로 의견을 조율하며 대응했다.

최근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잇달아 대형 인수합병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공정위도 국가 간 의견 조율과 대응 체계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인텔-알테라, 아바고-브로드컴 등 칩 제조사간 대형 인수합병이 등장하면서 국내 기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필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세계 시장이 높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거대 자본을 갖고 이윤을 극대화해야 살아남는 구조가 견고해지고 있어 앞으로도 대형 인수합병 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 반도체 시장 역시 앞으로 주요 반도체 기업이 인수 기회를 포착하는 데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퀄컴,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마이크론, 마이크로칩을 향후 인수를 주도할 잠재적 기업으로 분석했다. 최근 사례가 세계 반도체 시장 상위 기업 주도로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중위권대 기업 인수 시도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시각이다.

인수 대상 후보 기업으로 아트멜, 샌디스크, 인파이, 캐비엄을 꼽았다. 대형 딜을 성사한 기업도 추가적인 기회를 지속적으로 포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텔은 제조 리더십을 유지하고 제품군을 추가해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것으로 봤다. 퀄컴은 기존 강점은 유지하면서 데이터센터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TI는 아날로그 제품군 확장, 마이크론은 메모리 제품군을 다양화하기 위해 메모리 공급업체를 살필 것으로 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