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디어업계 내전 끝내고 글로벌에서 승부 걸어야

국내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잦은 법정 싸움이 국내 미디어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을 둘러싼 업계 간 갈등이 해결 기미 없이 연쇄 소송으로 번졌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건만 60건에 이른다. 양측 갈등으로 ‘블랙아웃’ 사태까지 경험했다.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 입장은 첨예하다. 지상파 측은 유료방송 측이 콘텐츠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상파 콘텐츠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주장이다. 유료방송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아 법적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료방송 업계는 지상파방송사가 콘텐츠 대가로 수용하기 어려운 일방적 기준을 내세워 문제라고 반박한다. 덩치 큰 지상파가 약자를 상대로 무차별적 소송을 무기로 쓰고 있다는 것. 유료방송이 지상파 직접 수신율 감소의 보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은 현재 콘텐츠 유통 구조상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양측이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면 유료방송 쪽 타격이 더 클 수 있지만, 지상파 쪽 부담 또한 적지 않다. 지상파 직접 수신율이 10% 전후로 떨어진 상황에서 난시청 지역 전송 대행으로 지상파방송사 광고 수익 확대에 기여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를 볼모로 한 분쟁이라는 점에서 양측 대립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미디어산업 측면에서 보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는 글로벌 한류 붐을 일으킬 만큼 경쟁력을 확보했다. 일본·미국 등 해외 콘텐츠 국내 유입에 벌벌 떨던 시대는 갔다. 우리도 이제 막 방송 콘텐츠 수출 시대에 돌입했다. 판을 깔아 놓고 글로벌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준까지 왔다.

국내 미디어업계 내분은 정부도 뒷짐지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시장 논리를 앞세워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갈등 봉합은 규제 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은 내전을 벌일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방송미디어업계 전체가 전열을 가다듬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