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지 9일로 3주가 됐다. 9일 오후 1시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는 95명, 격리대상자는 2800명을 넘었다. 국내 최대 규모 병원인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모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병원계 타격은 커졌다. 짧은 기간 내 메르스 감염자가 급속도로 확산된 원인을 찾았다. 병원계에 불어 닥친 후폭풍도 분석했다.
메르스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된 원인은 첫 환자에 대한 초동 대처가 미흡했기 때문이다. 먼저 평소 전염병 환자에 대한 격리 체계가 매뉴얼화돼 있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지난달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번 환자는 중동 지역을 여행한 뒤 지난달 4일 입국했다. 이후 충남 아산서울의원, 평택성모병원, 365서울열린의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평택성모병원에 사흘간 입원한 동안 37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두 병원에서 각 한명의 감염자가 나타났다. 이후 감염자는 급속도로 확산돼 100명에 육박했다.
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돼 귀국한 사람은 현재 1번 환자, 단 한명이다. 이후 나머지 94명은 모두 국내에서 2차 감염과 3차 감염된 환자다. 초기 대응이 적절했다면 메르스 확진환자는 소수에 그칠 수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평상시 전염병 대응 매뉴얼이 중소병원에게도 모두 전달돼 체계적으로 시행됐으면 메르스 대유행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방역당국의 메르스 감염 범위 오판도 화를 키웠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감염이 본격화되는 초기 감염 범위를 1~2m 내에서 이뤄지는 밀접접촉자로 한정했다. 김성한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세계과학기자연맹총회 특별세션에서 “평택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산 범위를 환자 주변 1~2m 내로 한정했기 때문에 응급실과 병동 전체에서 감염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초기 감염 범위를 넓게 잡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는 14번 환자가 있는 응급실에 방문, 다른 환자를 진료하다 감염됐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메르스 환자 노출 판별 가이드에 따라 2m 이내 접촉자만을 상대로 격리를 우선 적용하고 추후 응급실 방문 의료진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35번 환자 증상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35번 환자는 14번 환자와 2m 이상 거리에 있었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병원 공개가 늦은 것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 7일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후 17일 만에 삼성서울병원 등 확진환자 발생과 경유 병원을 공개했다. 정부의 병원공개와 소홀한 확진환자 관리가 감염자를 확산시켰다.
많은 감염자를 발생시킨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입원 당시, 직전 병원인 평택굿모닝병원서 폐렴 증세만 통보 됐을 뿐 메르스 환자 접촉 사실은 통보되지 못했다. 14번 환자는 질병관리본부가 뒤 늦게 평택굿모닝병원 입원 전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삼성서울병원에 통보한 이후에야 격리 수용됐다.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환자는 34명에 이른다.
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등 감독 당국이 메르스 환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도 못하면서 병원 공개를 하지 않은 것은 큰 실수였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진원지로 인식되고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에서도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면서 병원 타격은 더욱 심각해졌다. 병원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병상규모 2위인 삼성서울병원은 34명의 확진환자가 발생됐다. 1위 병원인 서울아산병원도 메르스 확진환자가 9일 처음 나왔다. 여의도성모병원, 건국대병원, 동탄한림대병원, 건양대병원 등 대형병원이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병원으로 언급됐다. 서울·경기도·대전·충남 등 지역의 중소병원도 메르스 환자가 경유한 병원으로 공개됐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것으로 언급된 병원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7일 공개된 후 내원 환자가 절반 이상 줄었다. 수술 취소도 잇따른다. 서울아산병원도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수가 줄기 시작했다. 메르스 확진 환자 발생과 관계없는 병원도 내원객이 급격히 줄었다.
메르스 감염 확산 초기 확진환자 발생병원으로 잘못 알려진 분당제생병원은 메르스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한 병원 대상으로 법적소송도 제기했다. 정종섭 분당제생병원장은 “메르스 관련 처리를 정당하게 했음에도 불구, 허위사실을 유포해 환자 수가 급격히 줄고 수술연기 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메르스에 대한 무차별적 공포가 확산되면서 병원 방문을 주저하는 국민이 늘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확산되는 메르스 바이러스는 중동에서 유행한 바이러스와 동일하다”며 “공기로 인한 감염은 없기 때문에 무조건적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적절하게 메르스 치료에 대응하는 병원에 대한 국민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입원했거나 경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병원 방문을 거부하면 상당수 병원은 메르스 환자를 받지 않거나 사실을 숨기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해당 병원을 비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 공통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메르스 치료에 대해 적극적인 병원 대상으로 향후 정부가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