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사이니지는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기가 네트워크와 연결돼 실시간 맞춤형 정보와 광고를 전달하는 스마트미디어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할수록 그 가치는 커진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대표적인 포스트 IT융합산업으로,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성장이 정체된 B2C IT산업의 대안이 될 것이란 기대감도 작용한다. 실제로 2020년까지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차세대 아이템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대표 전자 대기업들이 디지털사이니지에 역량을 쏟는 것도 세계 어느 기업과 견주어도 경쟁력 있는 분야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부도 디지털 사이니지를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스마트광고산업 육성전략’과 ‘스마트미디어 산업 육성 계획’, 산업투자 촉진 진흥법 제정 추진을 발표했다. 행정자치부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개정을 통한 정책적 지원과 산업육성 의지를 표명했다.
산·학·연·관 모두 디지털사이니지 육성에 이견이 없다. 세부 정책에서는 행정 원칙이 달라진다. 업계는 행정자치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이견을 보이는 관련 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부처 모두 디지털사이니지 합법화에 동의한다. 하지만 행자부는 디지털사이니지를 옥외광고물로, 미래부는 스마트미디어로 인식한다. 인식이 다르니 법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각종 규제법령을 하나로 묶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원칙도 디지털사이니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행자부는 광고물 규제 테두리에서, 미래부는 스마트미디어 진흥 테두리에서 관련 법령을 마련한다. 두 부처로서는 옳은 접근법이겠지만 업계는 융합산업을 바라보는 박근혜정부의 ‘전봇대’ 규제로 보일 뿐이다.
신산업을 발굴·육성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야 한다. 미래부가 사이니지를 ‘공공장소에 설치돼 광고, 정보 등을 제공하는 융합서비스’로 새롭게 정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기존 옥외광고물과 차별화한 것이다.
디지털사이니지 산업은 아직 초기다. 과감한 도전과 시도를 통한 성공사례 발굴이 먼저다. 산업이 크기 전에 규제 칼날을 들이대선 안 된다. 융합산업이 또 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