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밸류체인(Value Chain), 콜라보(Collaboration), 역량(Competency)

[소재부품칼럼]밸류체인(Value Chain), 콜라보(Collaboration), 역량(Competency)

지난 5월 우리나라 수출 감소율이 10.9%로 6년 만에 처음 두 자릿수로 추락했다.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월 감소율이 20.9%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10.9%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보다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조선·철강·가전·섬유 등 국가 주력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수출이 국가의 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우리로서는 매우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엔저와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 글로벌 수요 부진, 한국 기업의 구조적 문제 등 다양한 부정적 요인이 혼합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외적인 요인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과 제품 경쟁력은 외적인 요인만 좋아진다면 과거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대로 계속 경쟁력이 하락하면 경제성장도 하락할 수 있는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

우리 산업은 전통적으로 세트산업 중심으로 발달해 왔다. 지금까지 자동차, 조선, 디지털 TV, 모바일 전자기기, 가전제품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으면서 우리나라의 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됐다.

글로벌 경쟁력 요인은 품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가격 경쟁력이었다. 선진국에 비해 저임의 고급인재가 있었고 고품질 핵심 부품을 선진국으로부터 조달할 수 있었다. 선진국의 품질 좋은 핵심부품을 고가에 구매해도 제품 제조의 원가압박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과거의 경쟁력이었던 이러한 요인이 현재 우리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문제다. 여기서 빨리 헤어나지 못한다면 과거 고정관념으로부터 생긴 오해의 늪에 빠져버려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 우리의 산업환경과 글로벌 시장 환경은 그동안 겪어온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인재들이 저임으로 연구와 일을 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세트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져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동안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버려 품질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누렸던 낮은 원가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은 후발국 추격으로 이미 우리와 멀어졌다.

결국 우리 제품의 원가 경쟁력은 피치 못하게 하락했고 품질 경쟁력도 부품 공급 내부 사슬부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스마트자동차, 지능형로봇 등 여러 가지 아이템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매우 우수한 아이템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추진해서는 현재 우리가 빠진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세트와 부품이 공동으로 협력해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모델이 우리가 경쟁력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단순히 1차원적 부품 사슬이 아니라 핵심부품까지 가는 가치사슬 전반이 함께 움직이는 모델이어야만 한다.

소재, 제조장비, 원천부품, 모듈부품, 시스템부품, 세트, 응용 소프트웨어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하나의 개발단위로 봐야 한다. 초기에는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것보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품질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선순환적 상태로 돌입한다면 혁신적으로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대표적인 부품 형태가 반도체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창출하기 위하여 품질을 차별화할 수 핵심적인 부품이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초기 단계는 정부 연구개발(R&D) 사업부터 부품과 세트의 연계과정이 필요하다. 현재는 세트 개발만 목표지만 소재와 부품도 동시에 개발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개발 방식도 공동으로 해야 한다. 국내로 구성된 소재-부품-세트의 콜라보 연구개발(R&D)이 필요하다. 초기단계에서 콜라보 모델이 성공하면 각자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후 개별 영역에서 마케팅으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면 된다. 효율적인 역량제고형 콜라보 R&D전략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제품이 타 경쟁국에 비하여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내부 밸류체인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과거와 현재를 극복하는 방법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 khahn@ks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