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혼돈과 기회의 땅, 중국 금융시장 대개방

중국 정부가 이달부터 일정 요건을 갖춘 해외 금융사 진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브랜드인 비자와 마스터카드, 중국 IT대기업 카드시장 진출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슈분석]혼돈과 기회의 땅, 중국 금융시장 대개방

중국 금융시장 개방은 내수용 꼬리표를 단 국내 금융산업에도 큰 기회이자 도전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시장 지배력이 아직도 상당한 유니온페이와 제휴를 강화하고 중국내 IT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카드시장 진출이 예상됨에 따라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결제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감안할 때 가맹점 공동관리 또는 공동매입사를 설립해 시장 진출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 부담하거나 규모 경제를 활용하자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6월 중국 금융시장 전격 개방, 거대 시장이 열린다

지난 2010년 주요 글로벌 카드사와 미무역대표부(USTR)는 결제 서비스 제공과 관련해 WTO에 중국을 제소했다. 비자와 마스터카드,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신용카드 3사와 DFS, 퍼스트데이터 2개 네트워크 운용사가 중국 결제 제약과 높은 요구사항에 반발해 제소한 것이다.

당시 제소기관은 중국이 카드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중국에 진출하려는 미국 신용카드사에 대해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당시 약속한 해외 카드사에 대한 규제 철폐를 이행하지 않고 외국 신용카드사가 유니온페이를 통해 중국 내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해왔다.

이후 미국의 WTO 제소 승소(2012년)로 중국 국무원은 일정 요건을 갖춘 국내외 전업 카드사와 은행이 결제·청산 기구를 설립하는 것을 허용했다. 새로운 카드 결제·청산기구 신청 및 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는 이달부터 한국 금융사도 중국 내 카드 발급과 카드전표 매입 사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시장은 개방했지만 진출 조건은 여전히 까다롭다.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 유니온페이는 298개 회원 은행과 89개 해외 회원사에서 올해 누적발행량 기준 40억장 카드 발급이 예상된다.

유니온페이는 자체 청산시스템을 운영해 은행 간 카드거래 메시지를 중계하고 이에 따른 자금청산 자료를 처리하는 독점사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 매입 시장 절반을 점유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중계 역할도 독점하고 있다.

◇수수료율 등 진입 장벽 높아, 온라인 결제시장도 ‘핵’ 부상

중국 금융시장 개방은 우선 중국 내 IT기업과 해외 글로벌 브랜드 카드업 진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수료율 등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아 덩치가 작은 국내 금융사가 독자 진출하기에는 경쟁력이 없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알리바바, 텐센트 등이 온라인 결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 중국 공략을 위해서는 새로운 파트너십 결성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알리페이와 텐페이라는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막대한 자금력과 가입자, 온라인 결제 노하우를 기반으로 단기간에 오프라인 결제 네트워크도 구축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는 중앙은행을 통한 온라인 결제시스템 진입, 모바일 단말기를 이용한 신용카드 업무 수행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알리바바그룹의 중국 국영은행 및 금융 자본 흡수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신규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비자 등 글로벌 브랜드도 단기적으로는 중국 내 은행카드 수용 확대를 위해 여전히 중국 최대 전표매입사인 유니온페이와 긴밀한 업무협약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니온페이는 중국 내 카드시장에 진출하는 금융사와 IT기업을 대상으로 낮은 수수료와 앞선 결제 인프라를 앞세워 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한국 금융사 공동 출자, 은행 중국지점 활용해야

중국 결제시장 진출의 높은 진입장벽을 감안할 때 시장 진출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거나 별도의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자본금 1700억원, 1년 전 총자산 3500억원 등 까다로운 신청 요건과 중국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브랜드와 중국 내 IT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면 국내 카드사가 독자적으로 중국 결제시장에 진출하는 건 리스크가 매우 크다.

국내 카드사도 미국 비자처럼 금융기관 공동 출자로 중국 결제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비자는 2008년 상장 이전까지 2만1000개 금융기관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다가 2008년 3월 IPO를 실시해 18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국내 카드사와 금융기관이 결제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 부담하고 시중은행의 중국 지점, 현지법인, 사무소를 활용해 현지화를 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맹점 공동관리, 공동매입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지배력이 막강한 유니온페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 제휴 범위를 강화해 중국시장 진출에 유연한 전략을 펼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현재 국내 카드사는 유니온페이와 제휴해 국내 고객 중국 카드 사용과 중국인 관광객 국내 카드 사용 시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알리바바 등 중국 IT대기업의 안정적인 오프라인 결제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중국 온라인 결제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박세영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내 지급결제 시장 성장과 관련 서비스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국내 카드사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신규 시장 진입 금융기관과 IT기업에 수출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표. 중국 카드결제·청산기구 신청 요건 (자료:여신금융연구소)>


표. 중국 카드결제·청산기구 신청 요건 (자료:여신금융연구소)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