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타파를 위한 아이디어]<21> 연쇄모방으로 앞서 가라

▲오늘의 고민

K사 박 사장은 요즘 매출이 죽을 쑤고 있어 속이 타들어간다. 안 되겠다 싶어 임원진을 불러다 잘나가는 기업의 전략을 조사해오라고 했다. 그 중 ‘이거다’ 싶은 게 하나 있어 벤치마킹했는데 자꾸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이번엔 다른 기업의 성공모델을 적용했더니 전과는 다른 문제가 또 생기고 말았다. 그 기업들은 성공했다고 해서 가져온 방법인데,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기업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전략이지만 성공하기는 힘든 것이 바로 ‘벤치마킹’이다. 왜 그럴까? 모든 기업에 적용 가능한 ‘베스트 프랙티스’란 사실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노우에 다쓰히코 일본 와세다대학교 교수는 “연쇄적 모방이 일어나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성공한 회사를 골라 벤치마킹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두 회사가 처한 상황이 달라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생기게 된다. 그럴 때마다 모델 전체를 다 버리지 말고, 새롭게 생긴 문제부터는 다른 성공모델을 이어서 적용하라는 것. 이렇게 하면 당신 회사 상황에 맞게 모델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결과적으로 독창적인 모델을 만들며 다른 기업들을 앞서 나갈 수 있다.

이걸 잘한 회사 중 하나가 바로 멕시코의 시멘트 제조회사 세멕스다. 1980년대, 이들은 시멘트가 건설현장에 제시간에 배송되지 않는다는 문제 때문에 고심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세멕스는 도미노 피자를 모방하고 나섰다. 당시 도미노피자는 업계 최초로 ‘30분 내 배달’을 내세우며 화제를 모았는데 세멕스도 배송시간을 30분으로 정해 고객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배송방법까지 따라할 수는 없었다. 시멘트 배송은 피자배달과는 운송수단도 이동거리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멕스는 전 세계에 체계적인 배송시스템을 갖춘 페덱스의 시스템을 모방해 세멕스넷이라는 위성 텔레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2000개가 넘는 유통업체를 연결하고 모든 배송 차량에 GPS를 장착해 최적의 이동경로를 연구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아무리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어도 교통체증이 발생하거나 고객이 갑작스러운 요구를 하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세멕스는 911의 철저한 운영프로세스 교육과 매뉴얼을 벤치마킹해 직원들을 교육시켰다. 덕분에 직원들은 돌발상황에서도 매뉴얼에 따라 빠르게 대처해 ‘30분 배송 원칙’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 결과 세멕스는 세 시간 걸리던 배송시간을 평균 20분으로 단축해 ‘시멘트 업계의 도미노피자’로 불리며 세계 시장에 확실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일본의 물류업체 ‘야마토운수’도 연쇄적 모방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야마토운수는 잡다한 메뉴를 버리고 가장 마진이 높은 쇠고기 덮밥 하나에만 집중해 성공한 푸드체인 요시노야에서 힌트를 얻어, 자신들도 이익률이 높은 개인 택배 서비스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후 개인고객들은 거리와 무게마다 가격이 달라지는 요금 계산이 어려워 택배 이용을 꺼린다는 새로운 문제에 부딪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마토운수는 이번엔 일본항공(JAL)의 ‘잘팍’을 모방했다. 일본항공은 항공티켓과 숙박을 패키지화해 고객들이 쉽게 여행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했는데, 이를 본 야마토운수도 화물 크기와 무게에 상관없이 500엔만 받는 ‘지역별 균일요금제’와 ‘익일 배송’이란 단순한 서비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다음엔 수요가 들쭉날쭉한 개인 택배를 주로 취급하다 보니 수익이 불안정하다는 문제가 야마토운수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자 이번엔 미국 UPS가 집배차량 한 대당 운반하는 화물 수를 늘린 방식을 모방했다. 거리에 흔한 편의점 등 중간지점에 물건을 맡기도록 해, 트럭 한 대가 실어갈 수 있는 화물 양을 늘려 수익성을 높인 것이다. 이처럼 연쇄모방으로 자신들만의 독창적인 모델을 만든 야마토운수는 지금까지도 일본 택배 업계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 회사도 야심차게 시도한 벤치마킹이 자꾸 실패해 고민인가? 그렇다면 ‘세멕스’와 ‘야마토운수’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방으로 당신 회사에 딱 맞는 모델을 만들어봐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모델로 앞서나가 고객들에게 눈도장을 쾅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정리=김지영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