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신임 국무총리가 18일 두 달 가까운 총리 공백과 ‘메르스’ 사태 등 최악의 여건 속에 취임했다. 황 총리는 ‘안전한 사회’ ‘잘사는 나라’ ‘올바른 국가’를 취임 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황 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노무현정부 한덕수 총리 이후 8년 만에 50대 총리다. 황 총리 나이는 58세다.
앞서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표결로 황 총리 임명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새정치민주연합도 투표에 참여했다. 무기명 투표 결과 찬성률 56.1%로 가결됐다. 총리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이한동·이완구 전 총리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찬성률이다.
황 총리는 사실상 비상국면에서 총리직을 시작한다. 현 정부 들어 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한 데 이어 전임 총리는 비리 의혹에 휘말려 물러났다. 52일간 총리 부재로 국정 공백이 도마에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가 확산하면서 온 나라에 비상이 걸렸다. 국민 안전은 물론이고 메르스 여파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심각하다. 축하받으며 취임했던 역대 총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황 총리는 첫 공식일정을 메르스 현장 방문으로 시작했다. 임명장을 받자마자 국립중앙의료원과 중구 보건소로 향했다. 이어 서울청사에서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총리실이 ‘메르스 컨트롤타워’ 역할을 못했다는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황 총리는 회의 후 치러진 취임식에서도 긴장감을 유지했다. 황 총리는 “메르스 종식이 시급하다”며 “국무총리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메르스를 조속히 종식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제 살리기와 서민생활 안정 메시지도 내놓았다. 그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모든 경제주체가 창의성을 갖고 활발히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경제 성과 과실을 국민이 함께 나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정상적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아 ‘올바른 국가’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황 총리가 자신의 구상대로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메르스 사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차분히 국정 계획을 검토할 수 있던 전임 총리에 비해 불리한 여건이다.
신임 총리 취임으로 향후 개각에 관심이 쏠렸다. 그간 공석이었던 후임 법무부 장관이 곧바로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사태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 최경환 부총리를 비롯한 정치인 출신 장관 국회 복귀 등에 따른 후속 개각이 예상된다. 황 총리가 50대라는 점에서 내각 세대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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