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해외 사례 및 각국 블랙컨슈머 대응 현황

[이슈분석]해외 사례 및 각국 블랙컨슈머 대응 현황

블랙컨슈머는 세계 각국에 존재한다. 강력한 소비자보호 정책을 견지하는 선진국일수록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보상 규모도 크다. 다만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블랙 컨슈머에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미국에서는 제품에 문제가 발생해 소송으로 이어지면 피해보상 금액이 천문학적이다. 이 때문에 블랙컨슈머가 이를 악용하려는 사례가 많다. 지난 2005년 발생한 ‘햄버거 손가락 사건’이 대표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햄버거 체인점에서 한 부부가 음식을 먹다 사람 손가락을 씹었다며 햄버거 회사에 100만달러(11억1850만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한 달 내내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지만 조사 결과 여성 자작극으로 드러났다.

2000년대 후반에는 자신의 바지 한 벌을 분실했다며 한인 세탁업주에게 워싱턴 D.C 행정법원 로이 피어슨 판사가 5400만달러(603억9900만원)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도 했다. 이 소송은 미 전역에서 비웃음을 샀고 결국 판사 측이 패소했다.

미국은 개인 권리가 조직 권리를 현저히 침해하면 비이성적인 행위로 간주, 악성 민원이나 블랙컨슈머로 판단한다. 이 나라에선 블랙컨슈머를 ‘문제 있는 소비자(problematic customer)’라고 한다. 제품 이상을 발견한 소비자가 관계당국에 먼저 신고하도록 돼 있어 신고가 접수되면 당국이 먼저 조사에 착수한다. 악성 민원은 기업과 개인 간 분쟁으로 간주하고 대부분 당사자 간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주마다 법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사기죄가 적용되며 양형도 높은 편이다. 죄질이 나쁘면 대형 사기죄까지 걸린다. 실제로 앞서 얘기한 ‘햄버거 손가락’ 부부는 이 죄를 적용받아 징역 9~12년을 선고받았다.

캘리포니아 주는 블랙컨슈머 행위가 동일 사실 관계 하에 사기절도(Larceny) 혹은 갈취(Extortion)에 해당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연방범죄는 연방양형기준법에 의거해 사기죄 기준 기본범죄등급 6점에 피해액수에 따라 점수를 산정한다. 최종 점수에 따라 양형을 부과한다.

지난 2009년 소비자청을 설립하고 소비자 안전법을 제정한 일본은 블랙컨슈머 대응이 철저하다. 불만처리 기록, 불만대응 매뉴얼 등을 마련해 블랙컨슈머를 막고 있으며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국가 기관에 신고하게 한다. 일반적으로 원리원칙에 입각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 각 상황에 맞는 세분화된 지침을 가지고 있다.

호주는 정부가 고객의 비이성적 민원이나 행동에 대처하는 실용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했다. 옴부즈만(Ombudsman) 기관과 함께 공동 프로젝트 형태로 대응 매뉴얼을 만든 게 강점이다.

최근에는 한 여성이 록햄턴에 있는 맥도널드 드라이브스루(Drive-through) 매장에서 공짜로 물을 달라고 요구하다 직원이 주지 않자 욕을 퍼붓는 사건이 벌어졌다. 매장 매니저가 이를 발견하자마자 경찰에 신고했고 이 여성은 400달러(약 45만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물을 가져다주지 않는 대신 바로 신고하게끔 해 블랙컨슈머를 예방한 셈이다.

[이슈분석]해외 사례 및 각국 블랙컨슈머 대응 현황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