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정보화를 추진하거나 사회 각 분야 활동이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정보화를 통해 지원하는 것.’
국가정보화기본법 3조에 명시된 ‘국가 정보화’ 정의다. 1987년 행정 전산화와 국가기간전산망 구축으로 국가 정보화는 첫발을 내딛었다. 20여년간 성과도 많았다. 인터넷 속도 1위, 무선 인터넷 보급률 100% 초과, 세계 최고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 등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위한 양질의 토양을 조성했다.
그러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공공 정보화는 단순 사회활동과 산업지원이 아니라 혁신적으로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반이 돼야 한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졌던 ICT·인터넷 중심 경제에서 ‘초연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국가정보화 비전으로 제시해야 한다. 정보통신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정보통신 미래모임)은 정부의 국가정보화 현황을 진단하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지금까지 국가 정보화는 ‘퍼스트(FIRST) ICT’ 전략이었습니다. 빠른 인터넷(Fast Internet)·혁신적 서비스(Innovative Services)·정부구조 개선(Reformed Government)·스마트 모바일(Smart Mobile)·경제 전환(Transformative Economy)에 집중했습니다. 앞으로 20년은 인간 중심 초연결 창조사회 실현을 목표로 국가 정보화 전략이 수립될 것입니다. 바로 ‘휴먼(HUMAN)’에 비전이 있습니다.”
HUMAN은 조화(Harmony)·참여(Universal)·혁신(Movement)·신뢰(Assurance)·연결(Network)을 의미한다. 신승한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기획과장은 “앞으로 20년간 국가 정보화는 ‘인간 중심 초연결 창조사회를 실현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사람과 기술이 공존하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모두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한 사회에서 인간과 디지털 노동력을 결합한 가치 창출과 혁신을 일으킨다. 기술 발전보다는 감성에 초점을 맞춘 비전이다.
차세대 국가 정보화 패러다임은 왜 바뀌었을까. 신 과장은 초연결 사회가 다가오면서 당면 과제가 새로운 국가 정보화를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가고 있다. 재난재해, 신종 전염병 등 불확실한 위협이 확대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새로운 경제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신 과장은 “국가 정보화는 사회 문제·현안 해결과 국민 안전을 실현하고 새로운 일자리와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트렌드 확산에 따른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 정보화로 사람·사물·공간·데이터 등 모든 것인 연결돼 정보 생산·수집·공유되는 초연결 사회 인프라를 구성한다는 의미다. 새로운 국가 정보화 목표가 실현돼야 우리가 맞닥뜨린 도전 과제를 하나 둘씩 해결할 수 있다. 사회가 요구하는 국가 정보화의 새 역할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국가 정보화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가정보화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한다. 가장 최근인 5차 계획은 지난 2013년에 만들어졌다. 2017년까지 국민 행복을 위한 디지털 창조한국 실현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짧지만 성과도 있었다. 정부는 ‘K-ICT’전략을 내세워 ICT 산업 체질을 개선키로 했다. 콘텐츠·서비스·디바이스·인프라 등 전략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ICT 융합 투자도 확대해 2019년까지 K-ICT 전략 사업에 총 9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이다.
창조비타민 프로젝트도 새 국가정보화 사업의 일환이다. 무엇보다 부처별 협업을 강조했다. 과학과 ICT의 사회접목으로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고 경제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다. 스마트 온실, 전통 재래시장 온라인 오픈마켓, 전통시장 소상공인 협업, 유해화학물질 실시간 관제, 스마트 컨테이너 등 초연결사회의 토대가 되는 사업들이 추진됐다. 신 과장은 “부처 협업을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본궤도에 올려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라며 “예산을 추가 확보해 사업을 산업 전반에 확산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융합형 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국가 정보화는 정부가 제시한 초연결 사회 HUMAN 비전의 마중물 격이다. 미래 국가 정보화는 지금까지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 전반의 정보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확산하는 것이다. 신 과장은 “데이터 개방·공유와 민간 활용을 촉진해 ICT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도록 할 것”이라며 “선도적 투자를 확대해 기업이 ICT 활용을 극대화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ICT로 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것도 여전히 과제다. 지금까지 사회 각 분야에 ICT를 접목해 사회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면 이제는 참여와 소통으로 협업 성과를 보여야 한다.
맞춤형 행정 서비스 고도화도 시급하다. 신 과장은 “지능형 네트워크 전환을 가속화하고 정보 자원 운영 비용 절감과 투자 효율성 증대도 앞으로 국가 정보화가 이뤄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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