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셀룰로오스를 이용한 3D프린팅에 성공했다.
완전 분해가 가능해 친환경적이다. 향후에는 이 기술로 센서 등을 만들 수 있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접목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칼머기술대학교 연구진이 최근 세계 처음으로 나무에서 추출한 셀룰로오스로 3D프린팅을 해냈다고 과학논문 소개 사이트 유레칼러트 등이 21일 보도했다. 이 소재에 탄소나노튜브를 결합해 전기 전도성까지 부여했다.
연구를 주도한 파울 가텐홀름 칼머기술대학교 생물고분자물질 기술 전문 교수는 “셀룰로오스를 발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에 접목시켰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엄청난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나노튜브까지 섞은 덕에 현재 많이 쓰이는 3D프린팅 소재의 대체재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3D프린팅 주 소재는 화석연료 기반 플라스틱이나 금속 계열이 쓰였다. 이 소재들은 특성상 완전 분해가 불가능하다. 3D프린팅으로 인공 손에서부터 거대한 철교까지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낼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지만 소재 개발은 더뎠다.
3D프린팅은 소재에 열을 가한 후 원하는 모양대로 성형해 제품을 만든다. 원목 소재는 플라스틱·금속과 달리 온도를 높여도 녹지 않는다. 원목(wood) 기반 소재가 3D프린팅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여겨진 이유다. 대다수 3D프린터가 플라스틱·금속 계열 기반으로 설계돼 프린팅 방식을 바꾸기도 쉽지 않았다.
셀룰로오스는 나무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섬유소다. 완전 분해가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무한 재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셀룰로오스를 초극세사(nanofibril)로 쪼개 물에 섞었다. 95~99%가 물로 이뤄진 하이드로겔 형태로 만든 이 소재를 자체 3D바이오프린터에 넣었다. 3D바이오프린터는 임플란트를 만들 골격 세포 등을 키워내는데 쓰여 의학·생물업계에서 사용도가 높다.
문제는 물을 없애는 일이었다. 연구진은 3D 형상을 잃지 않고 겔을 굳히기 위해 물체를 얼린 뒤 물을 천천히 제거하는 독자 공정을 개발했다. 겔을 굳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기존 3D 프린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울 가텐홀름 교수는 “이 과정이 가장 핵심이었다”며 “박막을 만들어 한 방향으로 구조를 엎는 것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셀룰로오스 겔을 건조시킨 후 탄소나노튜브를 혼합해 전도성 잉크 형태로 만들었다. 전도성을 띤 셀룰로오스와 그렇지 않은 셀룰로오스 두 소재를 활용해 건조 공정을 제어했다. 이를 통해 물체를 3D로 만들었다. 물체가 전기전도성을 가지게 돼 현 3D프린팅 소재를 대신해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파울 가텐홀름 교수는 “향후 센서부터 몸의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옷을 만드는 직물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 가능할 것”이라며 “셀룰로오스 외에 나무에서 나오는 생체고분자를 3D 프린팅 소재로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