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태양광 빌려쓰니 전기료가 절반 뚝”

[이슈분석] “태양광 빌려쓰니 전기료가 절반 뚝”

태양광발전 설비를 정수기처럼 빌려 쓰는 ‘태양광대여사업’이 초여름 햇살만큼 뜨겁다. 지난 4월 시작한 올해 단독주택 배정물량 2500가구는 두 달 만에 동이 났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물량도 이미 30%를 넘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초기 투자비 부담 없이 반값 전기요금 실현이 가능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지난해 이어 품절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가정을 직접 방문해 설치 사례와 인기비결을 살펴봤다. 에어컨을 돌려야 하는 지금, 우리 집도 태양광대여사업에 참여해 전기요금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까.

◇50평 빌라 한 달 전기요금이 2290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나니까 한 달 전기요금이 몇 천원밖에 안 됩니다.”

태양광대여사업에 참여한 서울 신림동 허진섭씨(83) 자택은 50여평 규모 3층 다세대 빌라다. 빌라 맨 위층에 거주하는 허씨는 지난해 10월 태양광 대여사업에 참여해 건물옥상에 3㎾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했다.

설비를 살피러 올라간 옥상. 오후 4시 뜨거운 태양 아래 발전설비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 빛을 머금고 있었다. 전기 생산현황이 궁금해 들여다본 계량기에는 누적 생산량 2803㎾h, 전일 생산량 17.2㎾h라고 표시됐다. 지난 11월 발전에 들어갔다는 것을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13㎾h가 넘는 전기를 생산한 셈이다. 태양광발전설비가 통상적으로 하루 평균 네 시간을 발전한다는 것과 비교해 이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전기 생산량이 평균을 웃돈다는 말을 하려는 참에 허씨는 “지난 4~5월 비가 오지 않거나 구름이 끼지 않을 때는 하루에 20㎾h까지도 전기를 생산했다”고 자랑했다.

허씨가 태양광 대여를 결정한 것은 한여름에 에어컨을 가동하면 많게는 47만원까지 나오던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보통 때도 월평균 10만~12만원씩 나오는 전기요금 때문에 고민하던 허씨는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한 뒤 이런 걱정을 말끔히 털었다.

그는 “한 달 태양광발전설비 임차료 4만5000원에 전기요금 몇 천원 더하면 총 5만원 미만 금액으로 평상시처럼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며 “7년 동안만 임차료를 지불하면 태양광발전설비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어 그때부터는 임차료 없이 몇 천원대 전기요금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 임차료를 포함해도 전기요금이 반값으로 줄어든데다 임차료 지불이 끝나는 7년 후부터는 요금을 거의 내지 않고도 전기를 넉넉히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나중에 상황이 되면 발전한 전기를 팔아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러면서 허씨가 꺼내든 지난달 전기요금고지서의 2290원 청구내역이 한눈에 들어왔다. 허씨가 국가유공자로 받는 복지할인금액 1000원을 더해도 50평 빌라에서 한 달에 3000원대 전기요금이 나온 것이다.

허씨는 “전기요금 몇 만원 줄이겠다고 수백만원을 쓸 수 있겠냐”며 “대여사업이 아니었다면 투자비 부담 때문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씨는 요즘 혼자 누리기 너무 아까워 태양광대여사업 전도사 역할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동네 몇 집에 이 사업을 추천해 발전설비를 들여놨으며 수원에 사는 지인에게도 적극 추천해 설치공사가 한창이라고 했다. 태양광대여사업은 이렇게 입소문을 타고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간주도 태양광보급 인기몰이

소비자가 매달 일정 임차료를 내고 사업자에게서 태양광 설비를 빌려 쓰는 태양광대여사업이 인기다. 민간 사업자가 가정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대여해주고 줄어드는 전기요금 일부를 임차료로 납부하는 제도다. 정부보조금과 소비자 초기투자비 부담 없이 대여사업자가 설치·운영·관리까지 책임지는 민간주도 사업이다.

허씨 사례처럼 소비자는 임차료와 전기요금을 합해도 기존 전기요금보다 50~80% 인하되는 효과를 누리고 사업자는 대여료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인증서(REP) 판매로 수익을 올리고 설비 유지·보수를 이행한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대여사업 단독주택 보급목표인 2500가구는 시행 두 달 보름 만에 마감됐다. 올해 새롭게 시작한 공동주택 부문도 30%가량 신청이 들어와 순항하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3년 도입 첫해에는 60가구가 참여해 미진했으나 지난해 2006가구 보급을 달성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소비자 선택권을 더 늘려 대여사업 활성화를 꾀했다.

지난해까지는 소비자가 전력사용량에 관계없이 3㎾까지만 설비를 설치할 수 있었으나 올해부터는 최대 9㎾까지 설비를 갖출 수 있도록 했다. 새롭게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대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공동주택은 가구 수와 최대 설치용량에 따라 10~30㎾까지 설치가 가능하도록 선택 폭을 넓혔다.

혹시 모를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대여료 상한액도 설치용량에 따라 구분했다. 단독주택은 3㎾급 설비 상한액은 REP 부여기간인 7년 동안 한 달에 7만원, 이후 REP가 부여되지 않는 연장기간 8년 동안 한 달에 3만8000원으로 고정했다.

4~9㎾까지 설비를 설치하면 기본 7년간 상한액은 12만8000~34만원까지로 용량 선택 폭이 늘어났다. REP는 지난해보다 3원 낮은 ㎾h당 213원으로 정했다.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여세를 몰아 오는 2017년까지 누적 보급목표로 2만4500가구를 잡았다. 올해 5000가구, 내년 7500가구, 2017년 1만가구로 보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내년에는 신재생에너지생산인증서(REP)를 발전공기업 신재생의무이행량(RPS)으로 연계하는 등 REP 구매 촉진 방안을 마련하고 공동주택 보급 활성화를 위한 ‘분사형 인버터’도 개발할 방침이다.

2017년에는 태양광대여사업 모델 해외 진출을 도모해 아시아 등 전략 국가를 선정하고 시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6대 에너지신산업 중 대표주자인 태양광대여사업은 발전설비를 ‘빌려 쓴다’는 발상 전환으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2014~2015년 태양광대여사업 비교

[자료:에너지관리공단]

단독주택별 설치효과

(단위:원, 부가세 포함)

공동주택별 설치효과

(단위 : 원, 부가세 포함)

[자료:에너지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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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