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행정입법 국회 통제 권한 강화` 국회법에 거부권 행사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위헌논란이 제기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행정·입법부 정면충돌과 야당 반발 등으로 정국이 급속하게 경색국면으로 전환됐다.

박 대통령은 정부 시행령 등 행정입법 국회 통제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 행정입법권과 사법부 명령·규칙 심사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요소가 있어 거부권을 행사키로 하고 국무회의에서 법안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 위헌성 문제가 커지자 법안을 수정하면서 ‘요구’를 ‘요청’으로 한 단어만 바꾸었는데 요청과 요구는 사실 국회법 등에서 같은 뜻으로 혼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회가 행정입법 수정 변경을 강제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을 통과시킨 여와 야 그리고 국회의원 사이에서도 해석이 통일되지 않은 채 정부로 이송됐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회법은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 211명 찬성으로 통과돼 이달 15일 정부로 넘어왔으며 법적 처리시한은 30일까지였다. 정부는 금명 간 국회에 재의요구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에 따르면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 대통령은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의결하면 법률안은 법률로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개정안을 재의 요구함에 따라 대국회 관계와 여야 정국이 급격히 경색될 전망이다. 국회 계류 중인 각종 정책 법안 처리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날 본회의에서 예정이던 ‘크라우드펀딩법’이라 불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대부업법’ 등 민생경제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거부권 발표 직후 “국회의원이 이 법이 위헌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통과시킬 수는 없는 문제 아니냐”며 “불가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대통령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대통령의 거부는 야당에 대한 거부뿐만 아니라 여당에 대한 거부기도 하고, 국회에 대한 거부, 국민에 대한 거부기도 하다”며 “우리 당은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