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지금 바이오 테크 물결이다. 나노 물질을 이용한 암 진단, 질병 유발 DNA를 검사하는 키트 등 혁신기술로 무장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테라노스는 대형 제약회사부터 여러 스타트업까지 뛰어든 바이오 테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지난 2003년 과학자를 꿈꾸던 19세 대학생이 설립한 회사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혈액 한 방울로 질병 진단…테라노스의 경쟁력
테라노스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한 엘리자베스 홈스가 설립한 회사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싱가포르 게놈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당시 기존보다 더 적은 양으로 빠르고 정확한 혈액검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창업한 회사명도 치료(Therapy)와 진단(Diagnosis)을 합성한 ‘테라노스(Theranos)’로 지었다. 그는 올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선정한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위에 올랐다.
테라노스는 극소량 혈액으로도 30여가지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혈액검사 키트를 개발했다. 과거 1960년대 혈액검사 기술이 나온 이후 변화가 없던 시장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혈액검사 키트는 혈액을 주사기로 채취하지 않고 불편함을 최소화한 침을 이용해 손가락에서 소량의 혈액을 얻는다. 검사에 필요한 혈액량은 기존 대비 최소 1000분의 1 수준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혈액을 뽑아야 하는 환자나 어린이 등 노약자가 어려움을 겪지 않고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구체적 기술을 밝히진 않지만 혈액 DNA 감식법을 이용해 네 시간 만에 세균 종류와 항생제 내성 등도 판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회사는 기존과 동일한 화학기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라노스 강점은 혈액으로 분석한 상태와 질병의 연관성, 상태 호전도 등 데이터베이스 분석력이다. 지난 2005년 이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대형 제약회사 임상실험을 담당하며 여러 데이터를 축적했다. 이렇게 쌓아온 기록을 토대로 환자 증상이나 치료를 확인하고 계속해 보다 정교한 분석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한 분석 기법으로 회사 검사실은 여는 헬스케어 기업보다 훨씬 작다. 기존 검사실 기기가 차지하는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병원이나 구급차 등에서도 혈액 수치를 서버로 보내 검사할 수 있다.
◇B2B에서 B2C로, 바이오 테크 영향력 넓힌다
테라노스는 제약회사 임상실험에 진단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 간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신약 개발 장기 임상실험을 진행하며 여러 실험 데이터를 모으는 데 주력했다. 또 환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경계를 낮추는 효과도 있었다.
최근 직접 소비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본사와 최대 약국기업 월그린과 제휴를 맺어 검진센터를 열고 소비자가 쉽게 혈액검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테라노스는 월그린과 함께 모든 미국 도시 내에서 1마일 거리에서 검진센터를 찾을 수 있게 시설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테라노스 검진센터 최대 강점은 다른 개인 검진회사보다 비용이 4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종합병원과 비교하면 최고 10분의 1로 낮아진다. 검사 비용은 의료보험 환급금 절반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회사는 모든 검진 가격을 온라인에 고시해 가격 체계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다.
미국 시장전문가는 테라노스 기업가치를 90억달러(약 10조원)까지 평가한다. 혈액검사 키트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도 향후 10년간 미국 전체에서 2000억달러(약 223조원)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는 웨어러블 혈액 검사 모니터링, 바이러스 검사 등에 특허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 홈스 CEO가 보유한 특허만 미국 내 18개, 미국 외 66개 이상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상품 다양화에도 주목한다.
테라노스 기업개요
(자료: 외신취합)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