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음성통화 요금이 주요 22개 국가 중 5번째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 부담은 갈수록 줄고 있지만 이동통신사업자 수익률은 최하위권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통사 투자 비중은 상위권에 랭크됐다.
이용자 부담을 이유로 인위적 요금인하가 지속될 경우 5세대(5G) 이동통신 등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에 대한 이통사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분당 평균 음성 요금(RPM) OECD 국가 중 5번째 저렴
메릴린치 보고서(Global Wireless Matrix)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분당 평균 음성 요금(RPM:Revenue Per Minute)은 0.028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국가 중 5번째로 저렴했다.
우리나라 RPM은 22개 국가 평균 0.064달러 대비 43.5% 수준으로, 평균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망내외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 이용자 비용 부담을 줄인 결과로 풀이된다.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메릴린치가 조사하는 RPM은 음성통화 요금 수준을 가늠하는 대표적 글로벌 기준으로, 이용자의 실제 지불 비용을 실제 통화량으로 나눈 분당 평균 음성 요금이다.
우리나라보다 RPM이 저렴한 국가는 포르투갈(0.023달러), 멕시코(0.023달러), 이스라엘(0.024 달러), 터키 (0.026 달러) 4개국에 불과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통신 요금이 저렴하다는 게 재차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RPM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지난 2010년 0.09달러에서, 2011년 0.07달러, 2012년 0.099달러, 2013년 0.045달러로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7.8% 줄었다.
메릴린치 보고서는 우리나라 분당 평균 음성 요금이 다른 나라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해마다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통사, 수익성은 최하위권…투자 비중은 상위권
저렴한 통신 요금은 이통사 수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국가별 1위 이통사의 수익성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EBITDA 마진율은 32.7%로, OECD 25개 국가 1위 사업자 중 23위를 기록해 최하위로 분류됐다. 하지만 설비투자(CapEX) 비중은 17.8%로, 9위 상위권이다. SK텔레콤이 LTE 전국망 구축 등 네트워크 진화에 맞춰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한 결과다.
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이전 영업이익(EBITDA)을 매출액으로 나눈 EBITDA 마진율은 사업자 현금 창출 능력 혹은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SK텔레콤의 수익성이 다른 나라 1위 이통사업자와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건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지체와 지속적인 요금 인하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SK텔레콤 수익성은 미국 버라이즌(48.5%), 독일T-모바일(45.5%), 일본 NTT(43.2%)와 비교해 상당히 낮았다. 25개 국가 1위 이통사의 수익성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곳은 영국(O2)과 터키(Turkcell) 등 2개 나라에 불과했다.
영국은 투자여력 부족으로 네트워크 설비투자가 지연돼 이용자 편익 저하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영국 사례에서 보듯 이통사의 적절한 수익성 보장은 이용자 혜택 증가와 차세대 네트워크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전제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 인하 등 단기적 성과가 아닌 장기적 관점에 대한 인식 부족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