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떠 있는 작은 세균 포자를 활용해 전기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됐다. 세균이 수분을 흡수하고 배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팽창·수축으로 돌아가는 미세한 로터리(회전형) 발전 엔진이다.
미국 콜롬비아대 연구진은 고초균(Bacillus subtilis)라 불리는 세균 포자가 만든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미세엔진을 고안했다.
고초균은 공기 중이나 마른 풀, 하수, 토양, 볏짚 등 자연계에 널리 분포한 비병원성·호기성·간균 일종으로 청국장, 메주 등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2~3마이크로미터(㎛) 크기로 손쉽게 배양할 수 있고 형질전환 성질이 있어 다양한 연구에 많이 활용된다.
특히 상대습도 변화에 반응해 물을 흡수하면 팽창하고 건조됐을 때는 수축하는 등 강한 기계적 반응을 보인다. 연구진은 증발을 이용해 대기 중에 있는 습기를 제어, 세균 포자가 습기에 노출되도록 하고 미세엔진이 고초균 팽창과 수축 에너지로 작동하게 했다. 고초균 포자는 경직성이 높아 형상이 변화할 때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설명이다.
폴리이미드 테이프에 고초균 포자를 접착시키고 습기가 통과하는 통로를 제어하는 셔터 메커니즘으로 고초균 포자를 둘러쌓다. 셔터 개폐에 따라 고초균 포자는 팽창하거나 오그라들며 규칙적인 박동을 만든다. 셔터가 열리면 습기가 대기 중으로 증발해 고초균 포자가 마르고 셔터가 닫히면 습도가 증가하며 팽창하는 구조다.
실험에 따르면 가로·세로 8㎝ 물 표면에서 평균적으로 2마이크로와트 전기를 생산할 수 있으며 최대 60마이크로와트까지도 가능하다. 미세엔진으로 한 개의 발광다이오드(LED)와 100g 정도 무게 미니카에 동력을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
상업화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향후 호수 표면 등에 미세엔진으로 이뤄진 배열을 배치해 새로운 신재생 에너지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초균 포자를 배터리 크기 블록으로 만들고 물을 첨가해 전기를 생산하도록 활성화하는 방식도 구상 중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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