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 정신질환 치료와 관리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증), 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은 30~40%로 높은 수준이다. 이런 정신질환 치료와 진단, 예방을 위해 정신질환 환자가 가진 유전적 변이를 찾으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표적 유전자를 밝히지 못해 발병 원인 규명과 치료용 신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최신 바이오정보학을 이용해 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증), 조울증 같은 주요 정신질환과 면역·염증 반응과의 관계를 밝혀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 토대를 마련했다. 바이오정보학은 생물학적 문제를 응용수학, 정보과학, 통계학, 전산학, 인공지능, 화학, 생화학 등을 이용해 생물 체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생물학의 한 분야다.
이도헌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 교수팀은 김상현 미국 스탠리 의학연구소 박사 등과 국제 협력연구로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에서 모두 정상인에 비해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정상인과 우울증, 정신분열증, 조울증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법(Next-generation sequencing)으로 비교 분석했다. 분석결과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에서 모두 정상인에 비해 과도하게 활성화된 면역·염증 반응이 나타났다. 정신질환과 면역·염증 반응 사이 관련성은 알려져 있었지만 어떠한 기작에 의해 면역·염증 반응이 나타나는지에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과도한 면역·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군이 세 가지 정신질환에서 매우 다르게 나타남을 파악했다. 이는 우울증, 조현병, 조울증 환자가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비정상적 면역·염증 반응이 나타남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메커니즘으로 과도하게 증가한 면역·염증 반응이 정신질환 발병 원인이 될 가능성을 확인하고 정신질환의 새로운 발병 기작 가능성과 신약 개발을 위한 새로운 다중표적을 파악했다. 다중표적이란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세포 내 여러 종류의 표적분자를 약물로 동시에 제어하는 기술이다.
발굴한 정신질환과 관련한 면역·염증 반응 유전자 검증을 위해 모델 생성에 사용하지 않은 독립적 정신질환 환자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사용해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또 발굴한 유전자군이 기존 정신질환 병인 마커와 유의하게 높은 상관관계를 보임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방법으로 찾을 수 없던 정신질환 표적 유전자군을 발굴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이번에 발굴한 면역·염증 분자회로는 유전자동의보감사업단이 개발하는 ‘컴퓨터 가상인체모델’에 탑재해 다수 표적 유전자에 작용하는 천연물 기반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도헌 단장은 “정신질환 환자들에서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면역·염증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를 최신 바이오정보학으로 발굴함으로써 새로운 정신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며 “정신질환과 같은 복합적인 병인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하는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정신질환 분야 국제 학술지 ‘몰리큘러 싸이키아트리(Molecular Psychiatry)’ 16일자에 게재됐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