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울리는 애니메이션을 접했다. 친구도 없고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는 외톨이 주인공의 유일한 즐거움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몸도 왜소하고 자전거 타는 기술 하나 모르지만 그의 재주를 알아본 ‘사이클 운동부’에서 그를 동료로 받아주고 결국 전국 체전 우승까지 하는 스토리다.
주인공은 언덕을 자전거로 오를 때마다 웃는다.
내 옆에 같이 있는 동료를 볼 수 있어서 그리고 ‘팀’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기자는 애니메이션을 접하면서 ‘상생’이라는 요소가 한사람을 이렇게까지 성장시킬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내 핀테크 시장도 ‘겁쟁이 페달’이 던져주는 상생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최근 만나본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은 “보수적 금융사들이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은행과 카드사는 “준비되지 않고, 무작정 떼를 쓰는 기업이 많다”고 손 사레 친다. 상생과 팀의 개념은 찾아 볼 수 없다.
소리만 요란한 핀테크 산업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 필요한건 서로간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를 수 있는 ‘협업’이다. 틀린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힘들 때 단단한 파트너로 뭉쳐야만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
그 첫 시발점은 금융권 공동 오픈플랫폼 구축이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핀테크 기업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오픈플랫폼 구축 검토를 시작했다. 선언으로만 끝나면 안 된다.
핀테크 기업이 내재한 가능성과 사업성을 이끌려면 금융권의 동료의식이 필요하다.
경주로 따지자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우리보다 결승선을 먼저 끊을 가능성은 자명하다. 하지만 플랫폼을 함께 구축해 진정한 ‘팀’을 만든다면 시상대에 오르는 주인공은 ‘한국 금융사와 스타트업 기업’ 모두가 될 것이다. ‘겁쟁이 페달’을 돌릴 수 있는 힘은 상생에서 나와야 한다.
경제과학부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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