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조선 왕실과 국가 의식, 행사 등을 기록한 외규장각 의궤가 돌아왔다. 우리 문화유산이지만 프랑스에서 빌려온 것이다. 5년 단위 영구 임대라는 단서가 붙었다. 내년이면 대여 연장 여부를 다시 가려야 한다. 언제 프랑스로 ‘반환’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했다.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하더라도 국민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뛰어든 ‘외규장각 의궤 종합 데이터베이스(DB)’ 사업이 그것이다. 인터넷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한 디지털 문화재를 만들고 있다.
이 사업이 지난 1999년 시작된 107개 국가 DB 사업 중 하나라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 예산으로 4359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구축했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만 사람들 인지도가 낮다는 게 아쉽다.
국가 DB 사업을 선정하는 국가DB심의위원회 관계자가 “다양한 DB 구축 사업을 정부 지원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의외로 신청 분야가 적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일부 사업에만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도 어려운 만큼 다양한 수요가 필요하다.
국가 DB 사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지금까지 집중했던 ‘보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문화재 등 지식정보자원을 디지털화해 후세에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는 ‘활용’에 초점을 맞춰보자. 국가 DB라는 공공재를 토대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적용 대상은 다양하다. 지식정보를 통한 교육, 관광, 엔터테인먼트 등에 적용할 수 있다. 의지만 있다면 새로운 산업을 이끌 원동력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터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국가 DB 사업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DB심의위원회는 기존 보존 사업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선정했다. 축구 대표팀 경기 영상 분석 DB 구축, 비콘을 활용한 관광 DB, 중소기업 해외 진출 지원 및 수출 장벽 해소 등 분야도 확대됐다. 국가 DB가 우리 산업에 녹아들어 쓸모 있는 재산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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