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 알테라를 인수하면서 이 시장 1위였던 자일링스 대응이 주목된다. 회사 측은 ARM, TSMC와 협력해 공룡 반도체 기업 인텔에 맞서는 전략을 세웠다.
모쉬 가브리엘로브 자일링스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각)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 인텔이 알테라를 샀다는 것만으로도 FPGA 미래 가능성이 입증된 셈”이라며 “자일링스는 현재 전화-네트워크 장비에 주력으로 탑재되는 FPGA 외 다른 제품도 매력도가 높다”고 밝혔다.
인텔은 최근 알테라를 167억달러(18조6873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알테라는 FPGA와 프로그래머블로직칩(PLD)를 설계하는 이 분야 세계 2위 업체다. 지난해 자일링스와 알테라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49%, 48%다.
FPGA와 PLD는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로 통신 기지국이나 중계기, 항공·의료·자동차 등에 주로 탑재된다. 특정 고객에 맞춰 칩을 만드는 것보다 저렴하다. 구체적 용도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일부 조정해 기능을 다양화하는 방식이다. 전력 효율성도 좋다.
모쉬 가브리엘로브 자일링스 CEO는 “자일링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잠재적 고객에게 프로그램된 소프트웨어에 따른 여러 기능을 간편히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우리에게 가장 큰 기회는 시장 점유율 확대이고, 가장 큰 어려움은 아주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특히 소프트웨어에 주력해 가장 큰 문제인 사용 편의성을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알테라가 인텔 사업부 중 하나로 편입되는 만큼 자일링스는 유일한 독립 FPGA 서비스 제공 업체가 됐다. 하지만 관건은 주 고객사들이 대량 주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일링스 총 이익률은 연간매출의 70%정도에 달할 정도다. 하지만 매출 성장은 부진하다. 이 회사가 지난 회계연도에 올린 매출액은 총23억8000만달러(약 2조6632억원)다. 통신 시스템용 부품 수요 감소로 이를 반영한 수치다.
이안 잉 MKM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제품도 좋고 설계도 알테라보다 우수하지만 주문량 자체가 많지 않다”며 “자신 역할이 어딘지를 알아내야 할 실존적 상황에 처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인텔은 연구개발(R&D) 비용만 자일링스가 내는 연매출의 5배에 달한다. 공룡 반도체 기업이 라이벌이 된 셈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분야에서 인텔은 ‘제온’ 프로세서 등 x86 기반 프로세서로 기업용 데이터센터와 통신 인프라 시장을 공략해왔다. 인텔이 알테라가 보유한 FPGA역량과 자사 ASIC을 활용해 사업을 확장하기 유리하다. 현재 자일링스의 매출액 중 5%가 데이터센터 분야다.
모쉬 가브리엘로브 자일링스 CEO는 “힘든 도전이겠지만 데이터센터의 FPGA 반도체 사용은 이제 막 시작”이라며 “프로세서 설계자산(IP) 업체 ARM과 TSMC 등과 협력해 인텔과 경쟁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단독 FPGA 공급사로서 시장 주도권과 성장세를 모두 쥘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회사는 최근 TSMC와 7나노(nm)대 핀펫(FinFET) 공정에서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