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보면 사치스럽다고 할 수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창업가를 도우며 힐링(healing)을 받습니다. 멘토링을 하며 개인적인 치유를 받는 것 외에도 결국 스타트업들이 성공하면 글로벌 게임 플랫폼을 지향하는 스마일게이트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창업지원은) 가치있는 일입니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그룹 회장은 스타트업 지원을 “개인적, 사회적 치유”라고 말했다. 게임은 유난히 창업이 많은 업종이다.
모바일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적은 투자금과 인력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생태계 힐링하는 창업, 성공확률은 높지 않아
창업가에게서 힘을 얻는다는 권 회장은 “그러나 개인적으로 창업을 말린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창업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게임사 창업 후 1년 뒤에도 살아남을 확률이 50%, 2년 뒤에는 80% 이상 회사가 문을 닫는 것으로 본다.
한게임 대표를 역임한 후 2012년 모바일게임사 넵튠을 창업한 정욱 대표는 “2012년, 2013년 굉장히 많은 수의 게임 스타트업이 출현했다가 사라졌다”며 “최근에는 모바일게임도 제작규모가 커지고 성공사례도 일부 기업에 쏠려 예전보다 창업 열기가 덜한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대표 말처럼 최근 10인 이하 소규모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 흥행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1~2인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는 이른바 ‘인디게임’은 종종 나타나지만 예전처럼 단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해 업계에 안착하는 사례가 별로 없다.
게임사 관계자는 “가장 최근 성공한 게임 스타트업 사례는 선데이토즈, 데브시스터즈, 파티게임즈 등 2000년대 중후반 창업한 회사들”이라며 “모바일게임이 점점 대형화되며 신생 게임사가 성공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최근 ‘블레이드’ 흥행으로 상장절차를 밟는 액션스퀘어도 회사 설립 직후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을 시작으로 수억원대 투자를 받았다.
◇창업자들 “자금, 창업 공간이 절실하다”
창업자들은 스타트업 시작시 가장 어려운 문제로 △사람 △자본 △공간을 꼽는다.
최근 3인이 개발한 온라인게임 ‘트리오브라이프’로 한 달 새 수억원대 매출을 올린 오드원게임즈 김영채 대표는 “창업시 가장 곤란했던 문제가 공간”이라며 “기업이나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시설도 조건이 꽤 까다롭다”고 말했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등은 각각 공간 입주가 가능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제한적이다.
대부분 2~3명 규모 팀으로 이루어진 약 20여개 팀이 6개월에서 1년간 입주할 수 있는 규모다. 2015년 7월 현재 각 사별로 2~3팀이 입주할 수 있는 여유분을 가졌다.
입주는 대부분 서류심사와 대면 미팅을 통해 결정이 된다. 게임사 관계자는 “명문화된 조항은 없지만 팀웍, 게임빌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이 정도 지원도 예전에는 없었던 것이라 감사하다”면서도 “입주 조건을 낮추고 공간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바람을 밝혔다.
초기투자도 창업자들이 느끼기에 부족하다. 정부나 민간 기업이 운영하는 펀드는 대부분 가동률이 채 10%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00억원 펀드를 조성해도 이 중 100억원 안팎 자금만 시장에 풀리는 것이다. 투자사 관계자는 “게임 성공 확률을 예전보다 보수적으로 보는 편”이라며 “펀드 운영도 실적이기 때문에 신중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업가들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구성되길 바란다. 정 욱 대표는 “스타트업들은 (태생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사회, 국가적 시스템으로 이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창업자들이 실패했을 때 개인이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과 성공한 회사들이 (창업가들의) 실패를 끌어안을 수 있는 토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