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에 SW 저작권 침해 주장한 MS, 한달간 `묵묵부답`…아니면 말고식 주장 `논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기관 · 기업과 다국적 SW기업 간 주요 라이선스 갈등

다국적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아니면 말고’식 라이선스 침해 주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에 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 문제를 제기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현황 파악 없이 고객사에 SW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국MS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라이선스 계약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한국MS 측에 라이선스 사용현황 자료를 제출했으나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7일 밝혔다.

지난달 초 한국MS는 배전지능화 정보시스템에 ‘MS SQL’ 2005와 2008 버전을 사용 중인 한전이 라이선스 계약을 침해했다며 안정화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MS가 요구한 안정화는 과거 사용자수 기반으로 맺은 계약을 기기(디바이스) 기준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한전은 MS SQL 2005와 2008 버전을 서버 700대 기준으로 서버당 다섯 카피씩 총 3500카피를 구매했다. 한국MS가 요구한 안정화 기준을 적용하면 배전 임베디드 단말기 등 현장 기기를 모두 포함시켜 8만5000카피에 이른다. 한전 관계자는 “41개 배전센터에서 2인 4교대로 근무하는 인력과 본부부서 일부 인력만 배전지능화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다”며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시스템 접근자는 500명을 넘지 않는다”고 말했다. 3500카피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한전은 한국MS가 라이선스 침해를 주장하자 외부 법률 자문에 의뢰해 사실 여부를 확인했고, 최근 “문제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전은 법적 하자가 없는 만큼 한국MS가 고소·고발 등 법적 조치에 나서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국MS는 한전 사용현황 자료를 제공받은 후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MS 관계자는 “고소 등은 진행하지 않고 한전과 협의해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는 회사 방침은 변한 게 없다”며 “법무팀 내부에서 검토 중이며 공식적으로 추가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국MS를 포함해 다국적 SW기업이 ‘아니면 말고’식 라이선스 침해 주장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이 주 공격대상이다. 언론을 통해 고객사가 SW 라이선스를 침해했다고 알리고 소송 제기를 주장하지만 실제 소송에 나선 사례는 없다.

과거 국방부와 MS, 오라클과 증권사 등이 SW 라이선스 문제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한 공기업 최고정보책임자(CIO)는 “다국적기업의 무리한 SW 라이선스 침해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어 대응책 방안 마련이 요구된다”며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SW 라이선스 정책과 운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국방부와 MS 간 갈등이 불거진 2013년 당시 다국적 SW기업 CAL 정책 교육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취해진 조치는 전혀 없다.

다국적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아니면 말고’식 라이선스 침해 주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에 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 문제를 제기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전본사. 사진=전자신문DB
다국적 소프트웨어(SW) 기업의 ‘아니면 말고’식 라이선스 침해 주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에 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 문제를 제기한 후 한 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한전본사. 사진=전자신문DB

<표. 국내 기관·기업과 다국적 SW기업 간 주요 라이선스 갈등/자료:각 기관·회사 종합>


표. 국내 기관·기업과 다국적 SW기업 간 주요 라이선스 갈등/자료:각 기관·회사 종합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