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디스플레이 산업 위기 탈출 해법은 협력

우리 디스플레이 산업이 ‘넛 크래커(Nut-Cracker·호두까기)’ 위기에 내몰렸다. 엔저로 부활한 일본 기업과 강력한 정부 후광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 사이에 눌린 호두 신세다. 지금은 세계 정상 자리에 있지만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일본 업체 부활이 심상치 않다. 엔저에 힘을 얻은데다가 디스플레이 최대 고객사인 애플이 일본 업계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디스플레이 공급 1위로 재팬디스플레이가 올라서면서 LG디스플레이가 뒤로 밀렸다. 일본 기업은 우리 기업과 대항하기 위해 8K 고화질 디스플레이 시장과 대면적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겨냥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 자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 물량 공세도 거세다. 지난해까지 주춤했던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투자를 올해 들어 무섭게 늘고 있다. 투자가 완료되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몸살을 앓게 된다. 우리 기업에는 직격탄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특성상 관련 소재부품 산업까지 여파가 미치게 된다. 중국발 특수로 우리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가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수혜는 한시적이다. 중국 정부가 장비 국산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수년 내에 자국산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은 희망이 있다. 세계 정상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시간이 남아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해법은 미래 시장을 주도할 새로운 기술을 한발 앞서 개발하는 것이다. 미래 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나 HMD(Head Mount Display)가 주도하고 이를 구현할 가장 적합한 후보가 OLED다. 우리 기업이 가장 앞서 있는 분야여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미래 시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소재와 장비 등 후방 산업계와 협력이 절대적이다. 산업계와 학계도 힘을 합쳐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자생력을 갖췄다고 줄인 지원 예산도 다시 늘려야 한다. 기회는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때를 놓치면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