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페이전쟁에 해외송금 시장도 `기지개`

[이슈분석]페이전쟁에 해외송금 시장도 `기지개`

핀테크 바람은 전통 은행 텃밭으로 불리던 송금 시장도 위협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로 국가 간 장벽을 없앤 간편송금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세계 해외송금 규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인터넷, 스마트폰을 활용해 저렴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도 ‘소액외환이체업’ 도입이 확정되면서 해외 핀테크 기업처럼 낮은 수수료와 간편송금 방식 등 새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슈분석]페이전쟁에 해외송금 시장도 `기지개`

세계은행에 따르면 해외 이주민이 본국으로 보내는 해외 송금액은 2000년 이후 세 배 이상 증가해 지난해 5834억달러에 달했다. 이 중 4350억달러가 저소득 개발국가로 송금되고 있다.

음성 경로를 포함하면 실제 송금액은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은 2014년 약 250억달러가 유입됐다. 이는 국가 전체 전자제품 시장 규모인 220억달러를 넘어선다. 베트남도 작년 한 해 석유 수출액과 맞먹는 110억달러 송금을 수취했다. 타지키스탄은 해외 송금으로 유입된 돈이 국가 GDP의 42.1%를 차지했고 네팔 28.8%, 아르메니아 21.0%, 라이베리아 18.5% 등도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하지만 세계 해외 송금 수수료율은 평균 7.68%에 달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최고 19% 이상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해외 송금에 경제 의존도가 높고 송금 규모가 소액인 저소득 국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9년 라퀼라에서 개최된 G8 정상회담에서는 각국이 평균 수수료율을 5%까지 낮추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해외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이 다수 등장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기존 금융기관보다 저렴한 서비스와 간편결제 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송금 시장 판도가 뒤바뀔 전망이다. 주로 오프라인 지점 없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존 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송금 체결 시간도 대폭 단축해 편의성을 개선했다.

최근 열린 ‘세계 송금의 날’ 행사에서는 여러 단계에 걸쳐 수수료를 지급하는 은행 송금 방식 대신 중간 단계 없이 수취인에게 직접 송금해 수수료가 저렴한 핀테크 기업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제안했다.

영국 대표적인 P2P 해외 송금기업인 트랜스퍼와이즈(TransferWise)는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두 국가(통화) 간 송금을 매칭하는 방식을 이용해 수수료를 기존 은행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면서 누적 송금액 45억달러(약 5조원)를 달성했다.

미국 유학생 학자금 송금업체인 피어트랜스퍼(peerTransfer)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내 650여개 학교와 제휴해 해외 유학생의 등록금 납부를 대행하고 있다. 200개 통화로 송금이 가능하며 비자, 마스터카드, 알리페이로도 송금할 수 있다.

해외 송금 핀테크기업이 기존 송금 방식을 대체하면서 이들 핀테크기업에 대한 투자도 급증했다.

트랜스퍼와이즈는 약 10억달러의 기업가치 평가를 받으며 9030만달러를 유치했다. 피어트랜스도 2009년 설립 이후 4325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한국도 최근 기획재정부가 핀테크 산업 활성화 일환으로 ‘외환이체업’ 비금융사 도입을 확정했다.

직접 송금방식 외에 다양한 송금 서비스가 가능해 해외 핀테크 모델처럼 혁신적인 송금 비즈니스가 블루오션 산업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강서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은행은 기존 개인 간 해외 송금 서비스 편의성 등 질적 개선과 수수료 인하로 시장 방어에 나설 것”이라며 “새롭게 출범하는 핀테크 기업과의 제휴와 투자 확대로 소비자 선택권을 넓혀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