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 구축은 핀테크 기업 모두가 최우선 과제로 손꼽아 기다린 정책이다. 한 핀테크 기업이 금융 서비스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각기 다른 은행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 연동이 필수였다.
핀테크 오픈 플랫폼 구축 의미는 도자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수였던 초벌구이 모든 공정을 그동안 기업 스스로가 일일이 수행했다면 이제 ‘초벌구이된 도자기’ 자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핀테크 기업은 오픈플랫폼으로 초벌구이된 도자기에 각각의 무늬와 그림을 담아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완제품 도자기는 토종 핀테크 서비스로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로까지 수출한다는 복안이다.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핀테크 오픈 플랫폼이 완성되면 기존 금융 서비스에 새로운 정보기술(IT)을 쉽고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 핀테크 서비스 개발이 쉬워지고 테스트 등에 걸리는 기간이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스타트업 기업은 금융권 공동 API를 자유롭게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금융사는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와 더불어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얻는다. 소비자는 금융에 접근이 쉬워지고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개통이 우리나라 산업발전 기반이 된 것처럼 오픈 플랫폼 구축은 한국 핀테크 산업 발전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공동 오픈 플랫폼 구축과 병행해 다양한 실행전략도 마련했다. 기업과 금융사 간 일대일 멘토링 협력 관계 구축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금융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따라 핀테크 서비스의 빠른 시장출시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핀테크 기업이 일대일 멘토링을 수료하고 산업은행, 기업은행에 자금지원을 요청하면 우선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규제 개선을 위해 핀테크 신문고(비공개 게시판)를 구축하기로 했다. 핀테크 지원센터에 신문고를 설치해 사업자 애로사항을 적극 발굴,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오픈 플랫폼 구축에 맞춰 전문 멘토단을 금융보안원, 금융결제원, 증권업권, 보험업권 전문인원을 포함해 8명으로 확대한다.
이제 국내 핀테크 생태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IT기업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오픈플랫폼을 금융사가 공동 구축하는 최초의 실험이 한국에서 추진된다. 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업계 희망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당면 과제는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서로 잘 모른다는 이질감을 어떻게 해결할지였다. 정장과 넥타이를 중요시 여긴 금융사와 반바지와 자유로움을 추구한 핀테크 기업이 어떻게 친해지고 사업 파트너로 나가는지가 우리나라 핀테크의 가장 큰 문제였다. 오픈 플랫폼 구축은 서로 다른 이들을 ‘남’에서 ‘우리’로 묶는 유례없는 시도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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