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운용체계(OS) 패권 경쟁이 자동차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애플과 구글이 TV 시장에서 ‘사실상’ 패배한 후 자동차 시장으로 진격하고 있다. 스마트 OS 전쟁 3라운드인 셈이다. 애플은 ‘카플레이’, 구글은 ‘안드로이드 오토’를 기반으로 자동차 시장을 공략한다. 양 사는 스마트폰-자동차 연동에 이어 무궁무진한 자동차 관련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야심이다. 이에 대응해 독자 OS 전략을 추진하는 완성차 및 국가 간 경쟁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와 포드는 최근 커넥티드카 OS 및 서비스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
양 사는 포드가 개발한 커넥티드카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앱링크(AppLink)의 개방형 플랫폼 ‘SDL(Smart Device Link)’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는 북미 자동차 판매 1, 2위인 도요타와 포드가 연합해 커넥티드카 OS 경쟁에서 자체 플랫폼 전략을 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완성차 업체 간 협력을 통해 애플과 구글의 자동차 시장 진입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자동차 O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도 시작됐다. 올해 초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가 선보인 ‘카라이프(CarLife)’는 내비게이션과 멀티미디어 감상 등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 애플과 구글에 맞서 자국 커넥티드카 서비스 시장을 수성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지에 진출한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바이두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도 자동차 판매부터 사후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커넥티드카 사업에 본격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자동차 연동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후 서비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이에 대항해 자동차 OS 패권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완성차와 국가 간 독자 플랫폼 전략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OS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 특화 서비스를 위해 외부 OS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만큼은 독자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국내 시장에서 애플과 구글에 커넥티드카 OS 주도권을 내줄 경우, 50조원이 넘는 자동차 후방 산업을 통째로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해외 시장에 비해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도 오토 도입 시기를 늦추는 것도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다.
황도연 오비고 사장은 “국내는 물론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과 구글이 석권하면서 스마트폰 제조를 제외한 서비스 생태계는 OS에 종속적인 구도가 됐다”며 “현대·기아차가 국내에서만큼은 커넥티드카 독자 OS 전략을 펼쳐 관련 생태계를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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