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1조달러 규모 정보기술(IT) 품목 관세장벽이 단계적으로 사라진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인 LCD·OLED·이차전지 등은 무관세화 대상에서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20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협상에서 201개 무관세 품목리스트 잠정 합의가 이뤄졌다. ITA 80개 회원국은 이번 주 마지막 검토를 거쳐 24일께 나라별로 최종 결과를 승인한다.
ITA는 지난 1996년 WTO 회원국 간 203개 IT품목 무관세화를 결정한 것이다. 이후 IT산업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2012년 확대 협상이 시작됐다. 참가국 간 이견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미·중 양국 정상이 합의하면서 급진전했다.
ITA 주요 회원국은 지난 주말 기존 무관세화 품목에 201개를 추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USTR에 따르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비, 자기공명영상(MRI) 장치, MCO(Multi-Component IC) 반도체, 프린터 잉크 카트리지 등이 무세화 품목에 포함됐다. USTR는 ITA 개정으로 자국에서 6만여개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ITA 참여 80개국은 세계 IT 무역 97% 이상을 차지한다. ITA 확대 협정이 최종 확정되면 1조달러 규모 IT제품 시장이 추가로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IT제품 연간 교역량 4조달러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IT 수출강국으로 협상에 적극 참여했지만 강대국 벽을 넘지 못했다. 당초 한국 정부는 LCD·OLED·이차전지가 무관세품목에서 빠지면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으로 강력히 대응했다. 모두 중국이 자국 시장과 산업 보호를 위해 개방을 반대하는 품목이다. 중국은 마지막까지 이들 품목 개방 불가 원칙을 고수했다.
우리로서는 현재 주력제품인 LCD보다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OLED 무관세화를 이루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게 됐다. 정부는 국내 OLED 기술력이 많이 앞서 있어 관세장벽 영향이 적다는 설명이지만 LCD 사례에 비춰볼 때 중국 등 추격은 시간문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무관세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긴 했지만 아쉬운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으로서는 휴대폰 카메라용 렌즈를 포함한 기타 렌즈와 TV 부분품, 셋톱박스 등을 무관세 품목에 넣은 것이 성과다. 시장 방어 측면에서는 의료기기 핵심 품목 2종 개방을 유예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복수국이 참여하는 협정 특성상 모든 요구를 관철시키긴 어렵다”며 “나라 간, 산업 간 이익 균형을 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ITA 회원국은 품목 리스트 확정에 이어 하반기 품목별 관세 철폐 기간을 정하는 협상을 진행한다. 즉시철폐 또는 단계적 철폐 품목을 분류해야 한다. 관세 인하 일정이 정해지면 올 연말 회원국 간 최종 협상 타결 선언이 이뤄질 전망이다.
※자료:각계 취합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