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새 운용체계(OS) ‘윈도10’을 공식 출시했다. 1년간 무료 업그레이드라는 파격 정책을 선보이며 세계 시장을 흔들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부임 이후 강조했던 ‘새로운 혁신’이 재차 주목을 끌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 윈도10이 주목을 끄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분위기는 예상 외로 차분하다. 해외에서는 윈도10 키워드를 ‘혁신’으로 꼽지만 우리는 수용할 준비가 덜된 탓에 ‘호환성’을 우려하는 처지다.
지난해 10월, MS는 윈도10 개발자 버전을 미리 공개했다. 20년 간 사용하던 기본 탑재 웹 브라우저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엣지(edge)’로 대체했다. 세계인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국내 시장도 들썩였다. 다만 MS의 과감한 시도 때문이 아닌 우리 인터넷 환경에 적합한가를 두고 들썩였다. 내린 결론은 새 웹 브라우저는 국내 인터넷 환경에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액티브X로 도배한 수많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인터넷 뱅킹이 더 어려워진다. 관공서 등에서 “새 운용체계(OS)와 웹브라우저 업그레이드 시 이용에 제한이 있다”고 명시할 정도다.
그후로 10개월이 지났으니 우리나라가 혁신을 수용할 시간은 충분했다. 수년전부터 세계 시장은 웹 표준(HTML5)을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10개월을 허송세월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구글에 ‘NPAPI’ 지원 중단을 유예해달라는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NPAPI는 웹 브라우저에 여러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다. 정부 요청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이 비표준 플러그인 기술을 크롬에서 빼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사장된 기술이란 것이다. 정부는 아직 우리 인터넷 환경이 NPAPI 의존도가 높아 피해를 우려하며 근본적 해결보다는 퇴행을 선택한 셈이다.
우리나라는 자타공인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다. 하지만 혁신을 수용하는 자세나 준비성은 애석하게도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한다. OS에 탑재된 웹 브라우저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은 안타깝게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