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정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K-ICT 전략’을 발표했다. K-ICT 전략은 기존 전략과 차별화했다. 국가 ICT 산업을 정부가 앞장서기 보다는 파트너로서 지원하고, 기업이 선도해 혁신적인 가치창출을 달성하자는 점이 다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 전략을 통해 오는 2020년 8% 성장, 생산액 240조원, 수출 2100억달러 달성이라는 가시적이고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K-ICT 전략은 우리나라 전통가옥 한옥 짓기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옥은 서양의 보편적 건축양식인 ‘쌓아 올리는 방식’과는 달리 기둥, 도리, 보가 맞춤으로 얼개를 만들어낸다. 이 방식은 외부 충격에 견고하다는 장점 외에도 안팎으로 공기가 원활히 흐르는 소통 구조를 갖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옥은 주춧돌을 기반으로 기둥과 도리, 보 등 수직 목재들은 서로 떠받치고, 수평 목재들이 기둥 사이에서 이중 삼중으로 전체를 지탱하는 독특한 가옥 구조를 갖는다.
지진을 포함해 다양한 외부 충격을 분산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또한, 기둥을 중심으로 한 개방형 한옥 구조가 벽을 자유롭게 구성하고 바람이 잘 통하게 한다.
K-ICT 전략을 이러한 한옥 짓기와 비교해 보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과 같은 3대 주력 선도산업은 한옥을 지을 기반인 주춧돌에 해당한다. 그 위에 9대 전략산업(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정보보안, 5세대 이동통신, 초고화질(UHD), 스마트 디바이스, 디지털콘텐츠, 빅데이터)은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한다.
6대 융합분야(관광, 에너지, 의료, 교육, 교통, 도시)를 포함한 다양한 ICT 융합은 이런 기둥을 엮는 도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보와 같은 새로운 제품·서비스들이 무궁무진하게 올려 진다면 글로벌 시장 변화를 포함한 어떤 충격에도 끄떡없이 튼튼하고 아름다운 K-ICT 한옥이 만들어질 것이다. 안과 밖 공기의 소통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개방형 한옥구조 설계 형태는 K-ICT 전략의 실행 주체들에게 기대하는 소통과 협업 방식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한옥은 지을 때 참여하는 전문가 역할이 각각 다르다. 대목장(大木匠)이 한옥을 설계해 주요 목재 공급을 조율하고, 목수(木手)들이 설계도면과 목재를 사용해 자신만의 목공 방식으로 기둥, 도리, 보를 만들어 건축해 나간다.
마찬가지로 ICT 중심 9개 전략산업으로 기둥을 세우고, ICT와 타 산업 간 융합이란 도리로 기둥을 서로 잇게 된다. 다양한 응용 제품과 서비스 형태로 보를 올릴 주체들은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민학연관 전문가다.
이들이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업해야만 K-ICT 비전에 어울리는 멋진 한옥을 약속한 기일 내에 완성할 수 있다. 당연히 정부는 대목장 눈으로 큰 틀을 제시하고, 필요한 규제를 미리 찾아 개선해야 한다. 필요한 인프라를 시의적절하게 제공하기 위한 지속적인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K-ICT 전략은 기본적으로 한국 ICT 산업에 대한 미래전략이다. 이를 한옥 짓기에 비유한 것은 남의 것이 아닌 우리 토양과 문화에 맞는 설계 방식과 구현 철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만이 가질 수 있는 튼튼한 한옥을 짓는다면 한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함께 새로운 대도약을 자연스럽게 맞이할 것이라 확신한다. 한옥을 짓는 전략에 관련 전문가는 물론 국민 모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이상홍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센터장 shlee0813@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