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블랙홀](https://img.etnews.com/photonews/1508/711733_20150805153430_194_0001.jpg)
요즘 글로벌 자동차 업계 최대 관심사는 애플이다. 아이폰을 앞세워 IT산업 생태계를 쥐락펴락하는 애플은 이제 자동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자동차 전문가 영입 수준은 우주 공간에서 모든 물질과 빛조차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방불케 한다.
지난달 애플에 합류한 더그 베츠 전 피아트크라이슬러자동차(FCA) 수석부사장은 애플이 만든 자동차가 곧 도로를 달릴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다. 베츠 전 수석부사장은 FCA에서 글로벌 품질 관리를 총괄해 온 베테랑이다. 앞서 유럽연합(EU)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주도해 온 폴 퍼게일, 포드 디자이너 겸 엔지니어 스티브 자데스키 역시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자동차 개발부터 생산 및 품질 관리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산업 전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속속 애플 진영에 합류한 것이다.
애플은 전기동력차와 자율주행을 중심으로 자동차 기술을 혁신할 전망이다. 최근 팀 쿡 애플 CEO가 독일 BMW를 찾아 ‘i3’ 생산 공장을 살펴본 것은 전기차를 주력 플랫폼으로 삼고 있음을 방증한다. 여기에 주변 상황 인식과 제어 등 소프트웨어(SW) 혁신이 필수적인 자율주행 기술이 접목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 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경쟁자를 맞은 셈이다. 애플은 특유의 SW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을 혁신할 것이다.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SW 부문에서 애플보다 우월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업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안전’이라는 철의 장벽 뒤에 숨어 애플의 자동차 시장 진입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소리 없는 암살자’임을 이미 여러 차례 증명했다. 애플이 만든 블랙홀에 빠져 노키아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인지, 아니면 경쟁을 통해 살아남을 지는 지금부터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