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 개발자들은 한번 성공하면 가문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 일합니다. 우리도 열심히 하지만 그런 마음을 따라가기 힘듭니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게임사 대표가 한 말이다. 그는 최근 급상승한 중국 게임 개발 경쟁력 배경으로 젊은 개발자의 ‘꿈’을 지목했다. 유학파, 국내파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재가 성공 가능성이 큰 게임업계로 뛰어든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나라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붐을 타고 온라인 세상이 열리자 컴퓨터공학, 전산을 전공한 우수한 인재가 게임업계로 앞다퉈 왔다.
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천재’로 불렸던 젊은이들이 게임을 소재로 자유롭게 꿈을 꾸고, 그들을 중심으로 거대한 산업을 만들었다.
요즘 국내 게임사의 가장 큰 고민은 쓸 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로운 활력이 돼야 할 신입 개발자를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
능력 있는 젊은 개발자들이 게임업계를 취업 후순위에 두기 때문이다.
10여년 만에 닥친 이 같은 변화는 게임업계가 예전 만큼 젊은이들에게 성공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만 돌아봐도 조그만 스타트업에서 큰 기업으로 성장한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가능성이 여전함에도 취업 선호도가 낮아진 것은 게임업계 위상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주입 받고 제재를 경험한 세대가 자신의 미래를 게임에 맡기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중국은 ‘문화대국’을 기치로 내걸고 게임을 육성했다.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는데 중국은 2015년 기준 자국 게임시장 내 중국게임 비중을 70%까지 키웠다. 2003년 중국 시장 80% 점유율을 자랑했던 국산게임 자리가 좁아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경제도약 열쇠로 제시했는데 단순한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본게임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인재가 우선이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