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우리나라처럼 짧은 시간 안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준 나라는 없었다.
국제사회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66달러에 불과하던 나라에서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한 대한민국.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광복 이후 지난 70년은 실로 ‘위대한 여정’ 그 자체였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빠른 경제성장 기반에는 과학기술이 있었다. 자본도 산업화 경험도 없던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 잡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연구개발이었다.
과학기술 연구기관 설립과 전폭적인 연구개발 지원 덕에 우리는 빠른 추격자가 될 수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반도체, 조선, 자동차, IT 등 핵심 산업 분야 세계 강국으로 성장했다.
광복 이후 눈부신 성장을 이끈 과학기술 역할을 조명하는 작업도 이루어졌다. 미래창조과학부가 70가지 대표 연구성과를 공개했다. 광복 이후 70년간 이룬 연구 성과 중에서 국가 경제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도 큰 과학기술 성과를 시대별로 선정한 것이다.
우장춘 박사 배추 품종 개발부터 국산 최초 고유모델 자동차인 포니, 우리별 인공위성과 인간형 휴머노이드 개발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연구성과는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해외기술에 의존하지 않는 과학기술 독립도 하나씩 이루어왔다.
70개 대표 성과는 단순히 우리 과거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미래도 엿볼 수 있다.
1990년대 이후 성과에는 핵융합이나 가속기, 항공우주 같은 거대과학이나 기초기술 연구 분야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이 성과는 연구 최종 목표가 아닌 과정에 해당하는 성과다. 지금까지 달성한 성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우리 미래를 이끌어 갈 기술이 될 잠재력을 지닌 것이다.
2000년대 대표 연구성과로 선정된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는 꿈의 에너지원 핵융합 연구를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핵융합장치다. 주요 선진국이 핵융합 연구를 적극 수행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 초전도핵융합장치를 우리가 개발했다는 것에 세계 과학기술자들도 놀란다.
인류 미래에너지원 개발과 같은 거대과학 분야에서도 우리나라가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에서 광복 70년 만에 변화한 우리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KSTAR를 앞세워 핵융합 연구 주도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빠른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화하는 우리나라 연구개발 정책 기조처럼 이제 한 발짝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오는 2040년대 핵융합 상용화기술 개발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질 때까지 새로운 도약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광복 70주년 대표성과 의미는 과거 성과를 돌아보며 자긍심을 갖는 것도 있지만, 이제 새로운 도약으로 ‘위대한 여정’을 열어 가야 한다는 의무감도 준다.
그동안 과학기술 성과로 우리나라가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 대한민국을 이끌 수 있는 성장 동력과 국민 생활 질을 높일 수 있는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 역시 중요하다.
핵융합뿐 아니라 다른 분야 광복 70주년 대표성과들 역시 더 나은 대한민국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광복 70주년에 30년 후 대한민국은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광복 100주년을 그려본다면, 무엇이 보일까. 세계 최초 핵융합 발전소 건설이 광복 100주년 기념 대표 과학기술 성과로 선정되지 않을까.
30년 뒤 우리나라가 에너지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기만 국가핵융합연구소장 kkeeman@nf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