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6일 확정한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은 ‘결합상품 관련 규제종합판’이다. 할인 혜택을 유지하면서 소비자 불편을 줄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동등할인제도를 주장해온 케이블TV업계와 규제가 늘어난 통신사업자는 불만을 쏟아냈다.
◇소비자편익 대폭 향상 ‘기대’
방통위 개선안에는 소비자가 결합상품시장 3대 문제로 꼽은 △과도한 위약금 △복잡한 해지절차 △장기약정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포함됐다. 방통위는 ‘기여도’라는 개념을 도입해 오래 쓴 사람일수록 위약금이 적어지도록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해지방식을 이용약관에 명확하게 고시하고 이를 계약체결 시 사전 고지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처음으로 도입되는 ‘표준약정기간’도 주목된다. 현행 결합상품 약정은 무선 2년, 유선 3년으로 일반화돼 있다. 두 상품 모두 약정기간이 끝나려면 최장 6년을 기다려야 한다. 중간에 해지하기 어려웠다. 이를 2년으로 통일해 고객편의를 높이기로 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6년 동안 소비자를 머무르게 할 수 있는 ‘록인(lock in)효과’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허위·과장광고와 경품제공 가이드라인도 마련된다. 경품 가이드라인은 현행 세 상품 묶음(TPS)에서 네 상품 묶음(QPS)으로 확대된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개선안에서는 정보제공을 강화해 소비자가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며 “기존 할인혜택은 전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업계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대책” 비판
통신과 케이블 사업자가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인 ‘동등할인제도’는 도입이 무산됐다. 방통위는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단품 할인율을 정부가 정하는 것에 큰 부담을 느꼈다. 대신 ‘결합상품 전용약관’을 신설해 단품 할인율이 얼마나 되는지, 할인율 산정 근거가 무엇인지를 이용약관 심사과정에서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결합상품시장 경쟁상황평가로 ‘과도한 할인율’의 객관적 근거도 만들 계획이다.
케이블TV 업계는 통신사의 방송상품 끼워팔기가 계속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동등할인제도를 제외하면 과도한 할인 등 불공정 행위를 판단할 수 있는 정률적 판단 기준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상품별 명확한 회계 검증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사가 내부 거래로 유료방송이나 초고속인터넷에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다”며 “통신사의 약탈적 경쟁과 끼워 팔기가 지속되면 불공정 논란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케이블TV 업계는 정부가 세부 개선안을 마련하면서 동등할인 또는 최소 범위 차등할인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등할인이 통신사 시장 지배력 전이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 시장에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작 중요한 ‘시장지배력 전이’에는 아무런 결론도 얻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규제만 강화된 통신업계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신사업자 관계자는 “결국 ‘규제 치킨게임’만 하다가 끝난 꼴”이라며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규제를 담았다’고 할 정도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통신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송통신 결합상품 제도개선(안)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