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고무공과 유리공

[데스크라인]고무공과 유리공

모바일게임업체 컴투스는 요즘 잘나간다. 주가가 12만원을 훌쩍 넘었다. 시가총액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박지영 컴투스 창업자는 2년 전 이 회사를 경쟁사인 게임빌에 넘겼다. 당시 주가는 3만원 안팎이었다. 주가가 4배 넘게 급등했다.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가 대박을 쳤기 때문이다. ‘서머너즈 워’는 게임빌이 인수한 뒤 바로 출시됐다. 박지영 전 사장은 한동안 배가 아팠을 것이다. 조금만 더 참았다면 기업가치가 네 배 이상 올랐다. 주위에서도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최근 만난 한 CEO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박 전 사장이 계속 경영했다면 ‘서머너즈 워’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컴투스를 인수한 게임빌 경영진 수완이 좋아 게임이 성공한 것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다만 컴투스가 경쟁사에 넘어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주목했다. 새 주인이 등장하자 직원들은 긴장했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조직이 깨어났다. 혁신이 착착 진행됐다. 자신감도 붙었다. ‘서머너즈 워’가 그 수혜를 고스란히 받았다. 일리 있는 분석이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은 법. 위기와 기회는 동전의 양면처럼 닿아 있었다.

올해 뜨는 게임업체는 넷마블이다. 매출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이 회사도 지난 2011년 부도위기까지 내몰렸다. 방준혁 창업주가 백의종군했다. 그리고 주력사업 온라인게임을 과감하게 버렸다. 모바일게임에만 올인하는 배수진을 쳤다. 그렇게 탄생한 모바일게임이 ‘다함께 차차차’다. 넷마블은 이 게임 성공을 발판으로 모바일게임 선두주자로 올라섰다. 두 게임사의 반전은 드라마틱하다. ‘위기가 기회’라는 원론적 이야기를 입증한다.

위기의 휴대폰업계가 겹쳐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S6’로 반전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LG전자는 2분기 휴대폰사업 영업이익이 고작 2억원이었다. 밑도 끝도 없는 매각설에 휩쓸리기까지 했다. 컴투스와 넷마블이 이미 경험한 벼랑 끝을 보는 것 같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회복탄력성이다. 탄성이 좋은 고무공은 바닥을 치고 원래보다 더 높은 곳으로 튀어 오른다. 반면에 유리공은 바닥에 떨어지면 산산이 부서진다. 이것이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이 위기에 강하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넷마블 직원들은 “부도에 내몰렸을 때 오히려 한번 해보자고 이를 악물었다”고 회상한다. ‘다함께 차차차’가 성과를 거두자 자신감이 조금씩 생겼다. 위기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하니 일이 더 잘 풀렸다.

삼성전자가 이번 주 ‘갤럭시노트5’를 발표한다. LG전자도 하반기 슈퍼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했다. 새로운 반전 카드다.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컴투스가 ‘서머너즈 워’로, 넷마블이 ‘다함께 차차차’로 반전을 만든 것과 비슷하다. 크지 않더라도 조그만 성과가 자신감을 불러오고, 조직 문화 물줄기를 바꾼다.

컵에 우유가 반 있다. ‘우유가 반밖에 안 남았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 ‘우유가 반이나 남았다’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보자. 반전카드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조그만 성과에도 서로 격려하자. 지금은 긍정적 마인드로 자신감에 탄력을 붙이는 게 급선무다. 위기는 기회와 맞닿아 있다.

장지영 정보통신방송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