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은 우리 일상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과거의 규정과 정의가 재해석되고 현재에 묶어두기 보다 변화를 담아내는 게 혁신, 혁명이다.
디지털 기술은 기존 물리공간에서 가상 세계로 우리 사고의 폭을 넓혔다. 가상이 우리 삶으로 들어오면서 현실과 구분 짓는 일도 무의미해지고 있다. 서비스 제공 관점에서 사람의 삶을 위해 어떠한 기술과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사물인터넷(IoT)과 O2O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은 이를 이끌고 있다. 오늘날 가상과 현실을 단정하는 대신 변화를 수용하면서 담아내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단정은 또 다른 단정을 낳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이러한 시대의 한 가운데 있다. 아날로그 광고판에 디지털이 접목돼 보다 다양하고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돼 네트워크,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 힘입어 독자적인 ‘토털 솔루션’ 위치를 갖게 됐다.
옥외 광고 산업이 이를 기반하고 있다. 기술개발과 산업 확장으로 광고판에서 미디어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를 현재의 관점에서 규정하는 게 어려운 이유다. 다양한 정의·규정을 포괄하기 위한 관점이 필요하다.
상상해보건대 디지털 사이니지도 디스플레이 역할 발전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디스플레이가 정보를 수집하고 사람과 소통의 창이 되는 미디어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엽적인 용어에 얽매이기보다 미디어로서 역할과 기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주도하는 경제와 일상에서는 데이터 생성을 통한 정보의 소비와 유통이 핵심이다. 가치정보는 부 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미디어를 사람의 생각과 감정, 객관적 정보 유통과 연대형성의 장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디지털 시대 미디어는 개인과 기업의 역할분담에 따른 협업이 이뤄져야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융·복합, 스마트미디어에 집중하며 기술 기반 서비스를 중요시했다. 하지만 미디어는 여러 산업 구조가 결합돼 운영되는 생태계 산업이다.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해 생태계 간의 균형 속에서 협력과 경쟁을 통한 발전이 이뤄져야한다. 초기 산업에 대한 걸림돌 제거 등 서비스 안착을 위한 제도마련도 필요하다.
과거 디지털 사이니지는 규제에 묶여 제한적이었으나 최근 대안을 마련, 공공성을 지닌 스마트미디어로 변하고 있다. 공공성에 중점을 둬 사업성 부족으로 지속되지 못했던 유비쿼터스 도시 사업과 달리 사업성도 지녔기 때문이다. IoT와 O2O, 초연결사회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광고뿐만 아니라 콘텐츠를 유통하고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게 되는 시대를 대비해야한다. 옴니채널 등장으로 옥외광고산업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사이니지는 거리로 나올 것이다. 사업성에 기반으로 공공 미디어로서 가정용·개인용 미디어와 연동한 새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지게 된다.
사업 성공을 위해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필요하다. 수직적 납품 구조로는 생태계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정부도 스마트미디어 육성 전략에 가정용·개인용·공공 미디어의 조화를 고려해야 한다. 디스플레이를 대표로 한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해외진출도 모색해야 한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에서 디지털 사이니지의 정의에 대한 고민을 하는 때는 지났다. ‘스마트미디어’로서 초연결사회 공공 미디어 역할을 수행할 미래상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과 시장의 노력이 중요하다.
김성원 디지털융합협동조합 이사장(M&M네트웍스 대표) heamosu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