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난데없는 국산품 애용 운동이 벌어진다고 한다. 미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생산지에 관계없이 저가격 제품만 고집하던 월마트도 최근에는 미국산 제품 판매 비율을 높이고 있다. 외국산을 수입해서 팔면 단기적으로는 이익률이 높다. 그러나 미국산 제품 생산업체 감원이나 도산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결국 월마트의 구매력을 빼앗는다. 월마트가 아무리 싸게 팔아도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발견한 셈이다. 월마트처럼 기업 자체 노력과 정부 정책 그리고 미국민 동참으로 미국산 제조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고임금으로 인한 제조 원가 부담 때문에 중국 등으로 공장을 이전했던 기업도 속속 자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은 단순히 국산 실업률 지표관리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이 취업을 하고 취업을 해야 결혼도 하는 풍토다. 아이 낳으면 대한민국이 걱정하고 있는 인구절벽 문제가 해결된다. 일자리가 있어야 재취업이 가능하고 구매력이 생긴다. 구매력이 있어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고 기업이 성장하면서 다시 일자리가 창출되는 생태계가 조성된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도 이런 생태계를 직시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목표에 집중한다. 이제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과제와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보기술(IT)분야 구체적 실천과제를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혹자는 IT 소비강국일 뿐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국내 IT제품 중 국산 IT 장비와 소프트웨어(SW) 도입률은 몇 퍼센트나 될까. 대형 IT 인프라를 운영하는 정부·공공·금융기관 IT 제품에 국산 도입률은 금액기준으로 10%도 안 될 것이다. 간혹 통계 중에는 국산제품 도입률이 높은 것도 있다. 그러나 도입된 국산 IT제품 종수 비율, 즉 도입해야 하는 총 IT 제품 수가 100종인데 그 중에 한 세트라도 국산으로 도입한 제품이 50종류가 있으면 국산으로 50%를 도입했다고 한다. 일종의 눈속임이다.
국산 IT 제품이 도입되지 못하는 배경에 관련 담당자 책임을 묻는 문화가 지목된다. 국산 IT 제품이 아직은 성능과 구축사례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뭐라도 문제가 생기면 관련 담당자가 문책을 당하는 리스크가 있다.
통상 압력 문제로 국산 제품 도입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발주자는 국산을 원했는데 사업자가 외산을 가져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기관이 여러 이유로 어렵다면 월마트 변화처럼 대기업·금융기관·공공기관에서 먼저 변화를 시작하면 될 일이다.
국산 IT 제품 도입율 증대가 기여하는 일자리 창출은 국산 IT 기획자·연구개발자·생산제조관련 종사자·관련부품개발 및 제조자·마케팅업자·국산제품 총판 및 유통업자·운영 및 유지보수 종사자·무역업자 등 매우 광범위하다. 외산 IT 제품을 도입하면 총판과 유통업자, 운영·유지보수 종사자 정도의 일자리만이 만들어진다. 연구개발(R&D) 투자나 생산 제조 확장도 불가능하다. 관련 기술과 산업 발생과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이제는 ‘국산IT 제품을 활용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구축 및 서비스(가칭)’라는 R&D를 정부공공이나 대기업용 데이터센터 구축목표로 추진할 시점이다. 데이터센터 등에 시스템통합(SI) 사업으로 국산제품 도입은 통상 문제가 있다지만 R&D는 해당되지 않을 터다. 이미 시판 중인 국산서버·네트워크 장비 등은 구축할 데이터센터 부품이므로 구입·설치하면 된다.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은 성능이나 구축사례가 부족하다고 한다. 실제로 대고객 서비스하면서 성능을 개선하고 장애도 복구하는 기술까지를 연구범위로 하는 R&D를 추진하면 된다. 물론 스토리지 등 국산이 없는 HW 장비나 SW 패키지 제품은 R&D해 서비스하면서 안정성 관련 실적을 쌓을 수 있다.
최근 대기업이 참여하는 지역별 창조경제센터가 발족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일자리 창출을 주문한다. 창조경제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기업·금융·공공기관에서 국산IT제품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대기업이 국산 IT제품 유통에 참여해야 한다.
고대식 국산·공개ICT기업협의회장(목원대 교수) kds@mok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