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수입 국산차`…국내 제조 경쟁력 향상 계기 돼야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춘 국산차 업체가 해외서 수입해 판매하는 모델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산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QM3’에 이어 한국지엠의 ‘쉐보레 임팔라’가 이 대열에 합류했다.

국산차 업체가 판매하지만 해외서 생산·수입된 이 모델들은 수입차도, 국산차도 아닌 이른바 ‘수입 국산차’다. 국산차 업체들은 내수 판매에 이들 모델을 포함해 발표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입차로 분류한다. QM3는 르노 스페인 공장, 임팔라는 GM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생산 체제가 보편화된 자동차 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국내서 생산하는 것보다 해외서 들여오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략적 판단은 국내 자동차 산업 제조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경고등’이란 지적이다.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되는 르노삼성차 `QM3`
르노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되는 르노삼성차 `QM3`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르노삼성차 QM3 판매는 총 1만2549대로 이 회사 내수 판매(4만3960대)의 28.5%를 차지했다. 이 같은 비중은 지난해(22.7%)보다 5.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QM3 판매 비중 상승은 스페인에서 수입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연비에 초점을 맞춘 공격적인 마케팅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QM3 판매 호조에 힘입어 올 7월까지 르노삼성차 내수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했다. SM3와 QM5 판매가 각각 25%, 30%씩 격감했지만, 전체 판매 증가세를 견인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QM3는 르노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 최적화된 모델로 물류비를 감안하더라도 수입해 판매하는 것이 국내서 생산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며 “르노삼성차 부산 공장은 고부가가치 모델인 닛산 로그를 통해 수출 물량과 생산 기반을 유지한다는 르노-닛산 글로벌 생산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준대형 세단 `쉐보레 임팔라`
한국지엠이 미국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준대형 세단 `쉐보레 임팔라`

이달 국내 출시된 한국지엠 준대형 세단 쉐보레 임팔라도 GM의 글로벌 생산 전략에 따라 우선 수입해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지엠은 국내 판매 추이에 따라 이 모델을 국내서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 10세대 모델이 출시된 지 2년 이상 지났고 판매 확대 여부와 부품 국산화 등 일정을 고려할 때 국내 생산이 여의치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소비자가 수입 국산차를 호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이 같은 경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실제 임팔라는 출시 1주일 만에 누적 계약 2000대를 넘어섰다. ‘미국산’이라는 이미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수입 국산차가 급속히 확산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 기반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국산차에 대한 선호도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국산 자동차 업체가 경차부터 고부가 차량에 이르기까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노사 관계 혁신에 나서야 국내 자동차 산업 기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