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글로벌 초고화질(UHD) 방송 격전지로 떠올랐다.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3대 유료방송이 모두 UHD 방송을 상용화하면서 해외 UHD 채널 사업자가 한국 시장으로 몰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미디어 사업자 ‘풋프린트 미디어 홀딩스’가 보유한 ‘하이(High)TV 4K’ 채널의 국내 재송신을 승인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사업자가 제출한 재송신 승인 요청서를 검토해 최종 승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와 재송신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국내 시청자가 해당 채널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릭 클라인 풋프린트 미디어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홈페이지에서 “글로벌 시장에 주문형비디오(VoD)를 비롯한 UHD 방송 콘텐츠를 공급할 것”이라며 “현재 60시간 분량 UHD 콘텐츠를 연내 250시간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해외 UHD 채널 재송신을 승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관문이 열리면서 그간 시장 진출을 타진해온 넷플릭스 등 메이저 콘텐츠 사업자의 국내 진출이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사업자는 한국 UHD 시장을 테스트베드로 이용할 수 있다. UHD 채널을 재송신하면서 시청자 반응과 콘텐츠 품질, 송출기술·편성기법 등을 재점검할 수 있다. 하이TV 4K를 시작으로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해외 미디어 사업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료방송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방송 사업자가 UHD 서비스를 무기로 한국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국산 UHD 채널이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품질 UHD 콘텐츠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UHD 콘텐츠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한국 UHD 산업이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플랫폼 시장은 비대해지지만 콘텐츠는 해외에 종속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 주파수를 확보한 지상파가 UHD에 적극 투자에 나서는 등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이TV 4K’ 가세로 국내 UHD 전용 채널은 케이블TV ‘유맥스(UMAX)’, CJ E&M ‘UXN’, 스카이라이프TV ‘스카이UHD1·2’를 포함해 총 5개로 늘었다. 하이TV 4K는 영어로 제작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편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유료방송의 해외 UHD 채널 유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해외 채널을 재송신하면 채널 수와 UHD 콘텐츠 분량을 동시에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다채널 UHD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 사업자와 UHD 채널 송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