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거나 운전을 하며 도로를 달리기가 무섭다. 하수도 공사나 건설 현장 인근을 지날 때 공포는 배가된다. 언제 어디서 땅이 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와 방이역 인근에서 3m 깊이 싱크홀이 생겼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잇따른 싱크홀 발생에 불안감은 커진다. 차량이 건물 아래서 땅이 꺼질 경우 대형 인명 사고도 피할 수 없다.
당국은 복합적 지하 시설물 노후가 원인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하수가 지반을 깎아내며 상부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지금까지 대응은 임시 포장에 불과하다.
서울을 비롯해 도시 곳곳 지하시설은 수십 년 동안 추진된 도시 계획의 결과물이다. 시작은 단순했다. 그러나 인구가 늘면서 수많은 건축물이 올라가듯 지하시설도 복잡해졌다. 전기·통신·상하수관뿐 아니라 지하철 노선을 확장하면서 지하는 미로로 변했다.
지하시설을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도 골머리다. 사고가 나면 종이 설계도를 꺼내들거나 2차원(2D) 화면으로 사태를 파악한다. 도면의 기준 정보도 제각각이다. 건축 현장에서 사용하는 정보와 등록 정보가 통일되지 않을 때도 있다. 지하 세계 복합성이 높아질 때마다 위험성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3차원(3D) 설계 기법에 눈을 돌리라고 조언한다. 빌딩정보모델링(BIM)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도 공공건축물에 BIM 도입을 확대한다. 누구나 쉽게 설계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다. 공사 발주자·설계사무소·시공기업 소통을 강화해 생산성을 높이고 안정성도 높일 수 있다.
BIM을 지하시설에 적용하면 어떨까. 이미 만들어진 시설 정보를 3D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느냐 반문할 수 있지만 기술은 있다. 이미 선진국은 적외선 카메라와 초음파 등을 활용해 3D 시설 정보를 수집·분석한다. 국내에서도 민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커지는 단계다.
싱크홀은 임시 포장 등 미봉책에만 매달려서는 안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 지하시설 3D 도면을 확보하는 것이 국민 안전을 생각하는 길이다.
SW산업부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