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결제단말기, IC전환 ‘구멍

정부 IC단말기 전환 정책에 배달대행, 퀵서비스 등 스마트폰 기반 결제 업체가 직격탄을 맞았다.

스마트폰을 연동한 IC결제 단말기 생산이 안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인증 받은 기기가 하나도 없어 영세 사업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POS와 캣(CAT)단말기 교체에 밀려 이동형 스마트폰단말기 교체 작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돌입해 정부 정책에 누수가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24일 배달대행업계와 퀵서비스 등 유관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IC단말기 전환정책을 추진하면서 배달대행사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폰 연동 이동형 결제 단말기와 인증을 허용하지 않아 큰 피해가 예상된다.

7000여개 가맹점을 보유한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음식 배달뿐만 아니라 물류 배달, 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스마트폰 IC결제 단말기가 도입되지 않아 신규 가맹점은 PG(전자지급결제대행업자)와 연동한 온라인 결제를 하고 있다”며 “사업자 대부분이 영세사업자인데 온라인 결제를 할 때 수수료만 3%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 결제 수수료 갑절에 달하는 금액이다.

결제 단말기 한 대당 한 사업자로 지정하려는 밴사 움직임도 현실을 외면한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스마트폰 리더를 생산 중인 기업체 사장은 “배달 대행업은 기사 한 명이 평균 20~30개 가맹점 업무를 대행하는데 정부 규정을 적용하면 기사 한 명당 결제 단말기 30개를 들고 다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증된 단말기가 생산되더라도 평균 10만원에 달하는 제품가격은 ‘그림의 떡’이다. 음식 배달 대행을 하고 있는 업체 대표는 “기존 MS단말기는 3만원 내외인데 세 배가 넘는 단말기를 대거 도입하는 데 큰 비용이 들어간다”며 “단말기 한 대로 연동해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규 가맹점을 끌어들이면 적자가 나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제품 생산을 맡고 있는 대형 밴사 등은 정부 지침상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밴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일반 가맹점에 깔리는 POS와 캣 단말기 위주로 전환을 꾀하고 있어 이동형 단말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며 “IC단말기 전환 대책에 이 같은 사각지대를 우선 검토했더라면 현재와 같은 혼란은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도 이 같은 민원이 많아 밴사에 실시간으로 협조 요청을 하고 있지만 우선순위에서 스마트폰 결제 단말기 생산이 밀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POS와 캣 단말기 양산이 진행되다 보니 스마트폰 단말기 생산이 일부 연기된 것은 맞다”며 “현재 생산업체 등이 인증 단말기 개발에 착수했고 9월 초면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