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지향하는 핀테크(Fintech)란 IT에 금융을 단순 융합하는 소극적 개념이 아닙니다. 우리 국민이 생활하는 모든 곳에서, 활용하고 사용하는 콘텐츠 속에 금융이 녹아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핀테크 지향점입니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26일 ‘NH핀테크 오픈플랫폼 모델링 협약식’에 앞서 기자와 만나 농협은행이 준비 중인 오픈플랫폼 추진계획과 목표 밑그림을 공개했다.
김 행장은 “오픈플랫폼 진영을 구축, 연내 NH디지털뱅크를 출범시킬 예정”이라며 “현재 디지털뱅크 종합추진 계획을 수립해 다양한 실행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선 연말까지 비대면 상담이 가능한 스마트금융센터를 구축한다. 개인 고객에게 한층 고도화한 스마트뱅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핀테크 기업에는 오픈 API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협업과 해외 기업 연대도 모색한다.
김 행장은 “이번 오픈플랫폼 모델링에 핀테크 기업 20여개사가 참여했는데 해외 기반 네트워크를 보유한 외국기업도 동참했다”며 “캄보디아에 2200여곳 통신 네트워크를 보유한 외국기업 참여로 국내 기업도 금융 API와 해외 네트워크를 동시에 활용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참여 핀테크 기업과 공동으로 송금 비즈니스도 내년 초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 거주 중인 100만여 외국고객을 대상으로 오픈플랫폼에 참여한 기업과 송금서비스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김 행장은 “오픈플랫폼이 가동되면 이제 금융기관을 상대로 영업했던 핀테크 기업이 또 다른 핀테크 기업, 혹은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공동 오픈플랫폼 구축에도 농협이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은 금융권 공동 오픈플랫폼 구축작업을 진행 중이다.
김 행장은 “농협이 모든 핀테크 API 제공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은행 참여가 필수”라며 “다만 가장 먼저 오픈플랫폼 구축을 시작한 만큼 금융 공동플랫폼 구축에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 플랫폼 구축을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고 토로했다.
김 행장은 “시중은행에 비해 농협 IT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상호금융과 은행 전산분리 이슈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부문을 지원할 여지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핀테크 기업 금융 API 요구는 늘고 가장 효율적 방안을 찾던 중 나온 게 오픈플랫폼이었다”며 “보안 우려가 있었지만 별도 TF를 꾸려 대안을 만들도록 지시했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구축 배경을 설명했다.
핀테크 부문에서 은행은 최대 고객을 보유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책임질 필요는 없다며 핀테크 기업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제공하는 게 은행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행장은 “12월 말까지 API표준화 작업을 완료하고 이를 참여기업에 제공할 것”이라며 “기업이 요구하는 API유형 피드백을 받아 농협 서비스 등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오픈플랫폼 모델링 작업에는 20개사가 참여했지만 참여의사를 밝힌 기업은 총 63개사다.
김 행장은 “1차 모델링에 참여하지 못한 기업과 제도상 미비한 업체가 있어 이후 이들 기업과도 협업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눈덩이를 처음 만드는 게 힘들지, 굴리는 건 어렵지 않다”며 “농협이 작은 핀테크 눈덩이를 만들어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과 아름다운 눈사람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눈사람이 세계인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스마일 핀테크, 상생의 마중물’ 랜드마크가 되기 바란다는 작은 소망도 피력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