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민
홍 팀장은 지난 1년 동안 뛰어난 성과를 보인 정 대리를 과장으로 특진시켰다. 그런데 승진한 정 과장이 그전만큼 성과도 못 내고 1분기가 지나도록 과장자리에 영 정착을 못하고 있다. 급기야 자신은 아직 과장을 할 만한 그릇이 못 되는 것 같다며 퇴사 이야기까지 들먹인다. 승진시키면 더 잘할 줄 알았는데,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
▲오늘의 성공스토리
현대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조직의 구성원들을 자발적 참여자처럼 다루라’고 말한다. 직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야 직원들이 스스로 최상의 성과를 내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회사가 승진에서만큼은 일방적으로 직원을 평가하고 인사발령을 낸다. 그 결과, 직원 스스로 심리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승진하는 사람들이 생겨 ‘사기꾼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례가 있다. 사기꾼 증후군이란, 자신의 업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정적인 심리 현상을 말한다. 지금까지 쌓은 업적을 본인의 실력 때문이 아니라 운이 좋았거나 타이밍이 잘 맞은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겪는 승진자는 도전적인 일을 꺼리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회사 성장을 이끌지 못하고 문제가 된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승진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승진시켜야 성과도 높아진다’는 생각으로 그룹 전체에 ‘승진신청제도’를 도입했다. 승진을 희망하는 직원이 ‘왜 내가 승진을 해야 하는지’ 적어서 제출하게 하는 것이다. 승진신청서는 누구나 제출할 수 있게 했는데, 작년에 승진을 했더라도 올해에 연이어 승진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누구든지 신청 가능하다. 또 신입사원도 본인 역량과 성과만 충분하다면 입사 1년 후에 승진 신청을 할 수 있다.
직원들이 제출한 승진 신청서는 먼저 조직장들이 충분히 살펴보고 일대일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에서는 승진을 희망하는 직원이 자신의 성과와 승진 후 계획을 이야기하면, 조직장들이 피드백을 해준다. 이렇게 1차 평가를 거쳐 승진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지원자의 승진 신청서는 회장에게 전달된다. 그룹의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직접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최종적으로 차세대 리더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로 승진을 쟁취한 직원들은 스스로 세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책임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일했다. 그뿐만 아니라, 승진신청서의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상하 간 커뮤니케이션도 더욱 활발해졌다. 덕분에 KG그룹은 출범 10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하고 주요 계열사인 KG이니시스는 최근 2년 동안 주가가 무려 93% 급등했다.
미국 제약회사 MSD의 한국지사에서도 2005년부터 직원들이 승진을 스스로 주도할 수 있는 ‘자기주도승진제도’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 역시 승진 희망자가 상급자와의 논의를 거쳐 자신의 역량, 최근에 쌓은 공적, 승진을 하면 얼마나 잘해낼 수 있는지 등을 승진 신청서를 작성해 회사에 제출하게 하는 것이다. 정식 심사에서는 새로운 직무에서 요구되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었는지,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 통과하면 해당 직원의 승진이 결정된다. 이 제도가 진행된 이후, 한국MSD 직원들은 업무관리와 자기개발에 더 주도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 이러한 효과는 해외 지사에도 소문이 퍼져 벤치마킹 대상이 됐고 미국 본사에서도 이 제도를 도입해 현재 시행하고 있다.
▲오늘의 아이디어
혹시 당신 회사 직원들도 승진 후 성장통을 심하게 겪어 고민인가. KG그룹과 한국MSD처럼 직원들 스스로 승진을 신청해 쟁취하게 해보는 건 어떨까. 강한 열정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차세대 리더들이 승진의 날개를 달고 회사 성장을 확실히 이끌어갈 것이다.
박보경 IGM 글로벌 비즈킷 컨텐츠제작본부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