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산업이 양적 성장에 이어 질적 성장에 나섰다. 지식재산권(IP), 기업인수합병(M&A)·투자, 인력흡수 등 세계 게임시장의 거대한 블랙홀로 떠올랐다.
중국 최대 게임·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2010년 이후 넷마블게임즈, 네시삼십삼분 등 국내 게임사를 대상으로 8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게임 지식재산권(IP) 확보에도 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뮤 온라인’을 소재로 중국회사 천마시공과 킹넷이 개발·배급한 모바일게임 ‘전민기적’은 중국에서 월 매출 350억원을 올리며 이른바 ‘대박’을 냈다.
‘미르의전설2’를 바탕으로 한 모바일게임 ‘열혈전기’는 샨다(개발), 텐센트(배급)라는 든든한 배경을 업고 중국에서 일 매출 50억원을 넘어섰다.
웹게임으로 성장한 37게임즈는 8월 740억원에 일본 게임사 SNK플레이모어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37게임즈는 ‘메탈슬러그’ ‘킹오브파이터즈’ ‘사무라이스피리츠’ 등 유명 게임 IP를 확보했다. 37게임즈는 이들 IP를 활용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2000년대 중반 불었던 한국 게임인력 중국행 러시가 최근 재현되는 조짐이다. 한국에 진출한 중국 게임사 한 관계자는 “개발경력이 10년 이상 된 중견 개발자를 대상으로 중국 현지에서 게임개발을 담당할 인력을 구하는 일이 잦다”며 “웹보드 게임 기반으로 큰 중국 게임기업이 클라이언트 기반 온라인게임에서 노하우를 쌓은 기획, 개발, 디자인 인력을 흡수하려 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김윤상 게임넥스트웍스 대표는 “중국 회사들이 최근 내놓는 게임 제품군은 다양성까지 갖췄다”며 “중국이 게임 수준을 높이고 다양한 제품군을 내놓는 것은 우리나라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게임산업 경쟁력은 내수시장을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국어권을 중심으로 이미 해외 진출이 시작됐다.
유휘동 넥슨 모바일사업본부 실장은 “대만에 가장 활발하게 진출하는 게임업체는 대부분 중국 회사”라며 “이용자 성향은 중국에 가깝고 일본 콘텐츠 선호도 높다”고 분석했다. 최근 한국과 일본을 막론하고 IP 수집에 나선 중국 회사 영향력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게임산업은 중국, 북미, 유럽 등에 진출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제대로 터를 잡았다고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다.
중국은 중국 정부와 현지 기업 텃세로 진입이 쉽지 않고 북미와 유럽은 문화적인 차이를 넘기가 힘들다.
동남아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는 최근 네트워크 발전과 중저가 스마트폰 보급으로 신흥시장으로 떠올랐지만, 국내 기업 진출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자본력을 갖춘 중국 기업 침투가 빠른 편이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일전을 벌여야 한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덩치(지본)를 키우고, 시장 트렌드에 맞는 게임을 빨리 내놓을 수 있어야(시스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형섭 상명대 게임학과 교수는 “게임산업은 이미 형성 초기를 벗어나 점점 고도화하고 있다”며 “정부가 산업 성장을 주도할 것이 아니라 시장에 뛰어든 플레이어(기업)들이 자유롭게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도록 풀어주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 경쟁에서 도태되면 한국은 세계 게임시장의 테스트베드 정도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