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금융사 전유물로만 여겼던 API를 전격 개방함으로써 국내 핀테크 시장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소비자 중심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를 창조하는 상생기조가 확대되고 있다. 핀테크 서비스에 필수인 금융 API가 오픈되면 기업이 은행을 일일이 찾아가 읍소하던 불편함이 사라지고 신청 한번으로 금융 API를 손쉽게 제공받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핀테크 오픈플랫폼 구축은 핀테크 기업 모두가 최우선 과제로 손꼽아 기다린 정책이다. 핀테크 기업이 금융 서비스 사업을 하려면 각기 다른 은행 API(Application Programing Interface) 연동이 필수였다.
핀테크 오픈플랫폼이 완성되면 기존 금융 서비스에 새로운 정보기술(IT)을 쉽고 빠르게 접목할 수 있다. 핀테크 서비스 개발이 쉬워지고 테스트 등에 걸리는 기간이 대폭 단축될 전망이다.
핀테크 기업은 금융권 공동 API를 자유롭게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고 금융사는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해 신규 고객 확보와 더불어 새로운 수익창출 기회를 얻는다. 소비자는 금융 접근이 쉬워지고 선택권이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과 기업, 소비자가 일석삼조 효과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오픈플랫폼인 셈이다.
NH농협은행은 간편결제와 송금, 자산관리, P2P대출, 기업 자금관리 등 모든 영역 금융서비스 API를 개방키로 했다.
이는 핀테크 사업영역이 보다 세분화, 외연이 확대됨을 의미한다. 금융사 대상으로만 사업을 벌여 왔던 핀테크 기업이 또 다른 핀테크 기업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NH농협은행 오픈플랫폼 모델링기업 선정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기업은 20곳이지만 총 50곳 이상 핀테크 기업이 농협은행 오픈플랫폼 참여를 희망했다.
손병환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장은 “핀테크 서비스 포털을 10월 내로 완료하고 이용약관 제정과 오픈플랫폼 운영 정책 제정작업도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2월 말까지 API 표준화 작업도 끝낸다는 복안이다.
농협은행은 디지털뱅크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연내 스마트금융센터를 출범한다. 개인고객에게는 스마트뱅킹 고도화, 핀테크기업에는 오픈 API를 통해 ‘플랫폼 금융사 1호’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다.
일각에서 제기한 보안 우려에 대안도 마련했다. 7월 이후 농협은행 전자금융 사고는 0건이다. 과거 보안사고 단골로 등장한 농협이 최근 핀테크 오픈플랫폼 사업과 함께 보안 전담팀을 만들어 FDS고도화 작업을 하는 등 보안사고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9월에는 2단계 FDS고도화 작업을 추진한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은 “핀테크 산업이 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금융과 IT산업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며 “개방으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농협의 오픈플랫폼 구축으로 국내 핀테크 생태계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IT기업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오픈플랫폼을 금융사가 공동 구축하는 최초의 실험이 현실이 됐다.
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는 업계 희망의 목소리가 나온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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