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사기 근절을 위해 10월부터 일부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안면인식 기능을 도입한다.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이 얼굴을 가린 채 ATM에서 돈을 빼가는 점에 착안해 내린 결정이다. 선글라스나 마스크·안대·모자 등을 얼굴을 가려 안면 식별이 불가능한 사람은 ATM에서 아예 돈을 찾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10월부터 금융 사기가 빈번한 ATM 100곳에 우선 설치하고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인터넷포털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90%가 찬성했다. 사기범이 ATM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지면 금융범죄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일부는 실효성을 놓고 반신반의했다. 실패로 끝났던 과거 경험 때문이다. 안면인식 도입이 논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경찰은 이용자 얼굴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현금인출을 못하는 안면인식 ATM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실제 시연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수상한 사람뿐 아니라 붕대, 안대를 붙이거나 장발인 고객도 거부했다. 주변 조명이 어두우면 인식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등 기대와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결국 무산됐다.
2005년 부산은행과 외환은행도 ATM에 안면인식 기능을 시범 도입 했지만 “얼굴을 들어라” “기기 앞으로 오라”는 메시지에 고객 불만이 커지자 도입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
과거에 비해 안면인식 기술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의 결과와 실제 현장은 다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고 해도 사용자 불편을 초래하면 불만을 커지게 마련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ATM 카메라에 얼굴을 가까이 대기 어렵다.
금감원은 “선의의 피해자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대국민 공감대를 형성한 후 단계적으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고 밝혔다.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기술에 대한 맹목적 신뢰나 편의주의가 아닌 이용자 중심의 검토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