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N스크린 시대 열렸다···글로벌 방송시장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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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Netflix)’가 이달 초 일본에 상륙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에 차례로 진출하며 아시아 방송 시장에 돌풍을 예고했다.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는 N스크린 서비스 전략으로 기존 유료방송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OTT 서비스를 선호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케이블TV 가입 해지자가 급증하는 ‘코드커팅(가입탈퇴)’ 현상이 가속화됐다. TV를 안방극장에서 밀어낸 N스크린 서비스가 글로벌 방송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N스크린 서비스 개념도
N스크린 서비스 개념도

◇N스크린, 플랫폼 장벽을 허물다

N스크린은 수를 셀 수 없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동일한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는 뜻에서 미지수를 의미하는 ‘N’을 단어에 포함시켰다. 당초 TV·PC·휴대폰 세 개 기기를 주요 재생 플랫폼으로 활용해 ‘3스크린’ 서비스로 불렸다. 하지만 태블릿PC를 포함한 다양한 스마트기기가 등장하면서 N스크린 서비스로 이름을 바꿨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유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정형TV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 방송 콘텐츠 소비 패턴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급격히 무게를 옮기고 있다. 기기 종류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N스크린 서비스는 스마트기기 대중화를 기반으로 이 같은 방송 시청형태 변화에 속도를 붙였다.

N스크린 서비스는 서버에 저장된 영상 콘텐츠를 각 기기로 불러와 스트리밍이나 내려받기(다운로드) 방식으로 재생한다.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가 원하는 방송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N스크린 서비스가 고정형TV 단방향 방송을 시청자 중심 양방향 서비스로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대중화에 따라 스트리밍 방식으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하는 수요가 늘면서 N스크린 서비스 애플리케이션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CJ헬로비전 티빙, 에브리온TV, 통신 3사 모바일IPTV, 지상파 푹(pooq) 등이 현재 수백만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 기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방송 콘텐츠를 다양한 단말기로 시청하는 `N스크린 서비스‘ 이용자가 늘었다
스마트 기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방송 콘텐츠를 다양한 단말기로 시청하는 `N스크린 서비스‘ 이용자가 늘었다

◇유료방송, 코드커팅 경보

N스크린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코드커팅’ 현상 발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코드커팅은 유료방송 시청자가 고정형TV 중심 상품 가입을 해지하고 N스크린 서비스, OTT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를 앞세운 넷플릭스, 구글 크롬캐스트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코드커터(가입 해지자)’가 대거 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미국 유료방송 가입자 760만명이 가입을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호하는 만 35세 이하 세대 코드커팅 비중은 전체 평균보다 갑절 이상 높은 12.4%로 나타났다.

N스크린 서비스를 포함한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사용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은 미국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한 번이라도 사용한 경험이 있는 가구 비중은 오는 2017년 39%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분기 기록한 17%보다 무려 22%P 증가한 수치다.

한국은 인터넷·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 익숙한 20·30대 연령층을 중심으로 N스크린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처럼 유료방송 가입을 해지하는 가구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기 때문에 TV를 구매하지 않는 제로TV족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DMC미디어가 지난해 만 19~5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동영상 시청행태’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VoD를 시청한다는 응답 비율은 89%에 달했다. 개인의 방송 콘텐츠 소비 형태가 고정형TV에서 모바일로 무게를 옮기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면서 스트리밍 방식 미디어가 주요 방송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에서 코드커팅, 코드 세이빙(저가 서비스 이동), 제로TV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료방송 업계와 학계는 우리나라 방송시장에서 N스크린 서비스 보급에 따른 코드커팅 현상이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유료방송 이용료가 현저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국내 유료방송 평균 이용료는 미국의 30% 수준인 약 1만원이다. 일각에서는 한국보다 유료방송 요금이 저렴한 남미에서 넷플릭스가 수백만명에 달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과 대화면 TV를 선호하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한국에서 코드커팅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일본에 진출한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 훌루는 만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업 인프라를 지상파 방송사 니혼TV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시청자의 지상파 의존도가 높아 기대만큼 유료 가입자 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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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스크린, 글로벌 방송시장을 흔들다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 등 글로벌 N스크린 사업자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은 넷플릭스가 이달 초 진출한 일본 시장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선언했다. 일본 아마존은 유료 가입 회원을 대상으로 영상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를 제공한다. 월 이용료는 325엔(약 3250원)으로 넷플릭스가 발표한 일본 서비스 최저 요금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양 사가 서비스·가격 경쟁력으로 가입자 쟁탈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이르면 내년 6월 한국시장에 진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글로벌 N스크린 사업자가 잇따라 한국 시장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한국 N스크린 서비스 사업자는 서비스 다양화를 추진하면서 유료 가입자 수 늘리기에 한창이다. VoD와 실시간 방송 채널은 물론이고 동글형 OTT, 음성 안내 서비스, 쇼핑 서비스 등을 속속 선보이면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모바일 IPTV를 운영하는 통신 3사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이며 모바일 경쟁력을 N스크린 서비스에 접목하기도 했다. N스크린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면서 다양한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해 2014년 서울·경기 및 6대 광역시 거주자 총 1만2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N스크린 서비스 이용률은 20.3%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1.9%P 늘었다. 스마트폰은 방송프로그램, 동영상, 음악·음원, 책·신문·잡지 5개 항목에서 N스크린 서비스를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기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N스크린 서비스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이용자·기기 특성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내 N스크린 서비스 이용률(2011년 1만2000명, 2012년 1만319명, 2013년 1만464명, 2014년 1만281명 기준)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기기별 방송콘텐츠 이용률

자료: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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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