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차량공유 서비스 붐이 일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바로 택시 등 이동수단을 호출할 수 있는 간편함에 소비자가 매료된 것이다.
다양한 차량공유 서비스가 있지만 그랩택시(GrabTaxi)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다. 회사는 미국에서 설립된 우버보다 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세계 투자자 이목을 끌며 급성장 중이다. 발빠른 현지화로 사업 국가를 늘려 동남아 신흥시장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서비스 시작 3년 만에 급성장한 그랩택시
그랩택시는 지난 2011년 말레이시아에서 마이택시(MyTeksi)로 처음 설립됐다. 앤서니 탠 그랩택시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재학 당시 택시 호출 앱을 구상했고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플랜 경연에 나가 2위에 입상했다. 이후 엔젤투자를 받아 창업했다.
회사는 2012년 6월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2013년 8월 필리핀, 10월 싱가포르와 태국, 2014년 2월 베트남, 6월 인도네시아까지 동남아 주요 국가에 모두 진출했다. 본사는 싱가포르에 있다.
그랩택시는 각 국가 상황에 맞는 현지화로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은 인도네시아에서는 현금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추가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했다.
회사는 필리핀 마닐라 진출 2년 만에 현지 택시업계 지형을 바꿨다. 마닐라에 있는 400여개 택시회사 전체 중 300여개와 제휴했다. 그랩택시를 시작한 후 택시 일일 매출은 2000페소(약 5만원)로 기존보다 2.5배가량 늘었다.
대니 에레네스 필리핀 그랩택시 운전기사는 “그랩택시를 시작한 후 고객을 찾기 위해 거리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돼 휘발유 사용량도 줄었다”며 “예약을 받기 위해 필요한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힘들면 소액 대출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태국에서는 영어 운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택시 운전기사를 위한 영어 회화 교실도 무료로 운영한다. 이 밖에 교통체증이 심한 인도네시아와 함께 오토바이를 이용한 택시 서비스 ‘그랩바이크’도 시작했다.
셰릴 고 그랩택시 마케팅 부사장은 “각국 사정에 맞게 현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현금결제나 오토바이 서비스 등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동남아 시장 굳히기 나선 그랩택시
그랩택시는 택시업계와 공존을 선택하고 현지 정부와 갈등을 차단했다. 우버와 다른 시장 확대 전략을 채택했다. 등록 운전기사 수가 1년 만에 세 배로 늘었다. 동남아 지역 택시회사와 협력해 확보한 운전기사는 11만명을 넘어섰다. 차량 예약도 늘어 1초에 11건꼴로 예약이 들어온다. 하루로 환산하면 약 95만건이다.
회사는 당분간 현재 진출한 동남아 시장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다른 국가에서 사업을 시작해 몸집을 불리기보다 사업을 탄탄히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고 부사장은 “현재 6개국 이외에 당장 진출이 예정된 국가는 없다”며 “싱가포르 등 진출 국가에서 여전히 사업이 성장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해외 투자자와 기업도 그랩택시 성장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회사 기업가치가 16억~18억달러(약 1조9000억~2조1500억원)로 추산되는 가운데 일본 소프트뱅크는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했다. 중국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콰이디도 그랩택시 자금 유치에 참여했다. 회사가 지금까지 받은 투자액은 4억달러(약 5000억원)에 육박한다.
회사는 이 자금으로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올해 신설한 싱가포르 연구개발센터에 1억달러(약 1200억원)가량을 투자한다. 애플리케이션 사용성을 높이고 친구나 가족과 자신 탑승정보를 공유하는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업개요 (자료: 외신 취합)>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