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을 앞두고 업계가 분주하다. 수년간 닫혔던 공공 클라우드 시장이 드디어 문을 열기 때문이다. 공공은 지금까지 국내 클라우드 산업 발전 걸림돌로 지목됐다. 소프트웨어(SW) 업계에는 공공이 거대 시장이지만 공공은 정책적 이유로 클라우드 도입을 미뤄왔다. 사업으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구축 사례를 마케팅에 활용했던 SW기업에는 주요 고객이 등을 돌린 격이다.
업계에서는 그 결과로 클라우드 산업이 선진국 대비 5년은 늦었다고 지적한다. 이미 곳곳에서 클라우드 산업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아우성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로 모습을 바꾸고 민간 시장 공세에 속도를 붙였다. 오라클 등 후발주자 발걸음도 빠르다. 이들은 거대한 플랫폼을 활용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지속적인 가격인하 정책으로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관련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시장을 내줘야 하는 상황일까. 기존 상용 SW였다면 이미 게임은 끝났을지 모른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성격이 다르다. 클라우드는 사업자가 직접 뛰어들어 구축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다. 구독(서브스크립션)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뀐 셈이다. ‘SW를 서비스한다’는 개념을 가장 잘 적용한 것이 클라우드다.
이 시장에서는 서비스 품질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는지에 따라 고객은 쉽게 사업자를 갈아탈 수 있다. 기반에는 기술력이 깔려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 많은 스타트업을 인수합병(M&A)하고 서비스 모델 개발에 몰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에 누구보다 관심을 가지는 건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다. 관심을 넘어 태스크포스(TF)를 꾸리는 등 새 시장이 열렸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팻 겔싱어 VM웨어 CEO 말을 빌리면 ‘앞으로 IT는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게 아니라 빠른 기업이 느린 기업에 이기는’ 판도가 된다. 게임의 법칙이 바뀌는 클라우드 시장에서 우리는 얼마나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을지 돌아봐야 할 때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