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 유럽 SW시장…고기 잡는 법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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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소프트웨어(SW) 리눅스가 탄생한 유럽은 시장 규모라는 외형보다 미래 투자 개념에서 SW를 키우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공개SW 본고장답게 독일 뮌헨, 프랑스 파리, 스웨덴 베르겐, 이탈리아 로마 등 도시 시스템 운용에 공개SW를 도입했거나 도입 중이다.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 직원들은 회사 안에서 신발을 신지 못한다. 회사를 집처럼 편하게 여기고 일하라는 회사의 정책 때문이다.(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핀란드 게임업체 슈퍼셀 직원들은 회사 안에서 신발을 신지 못한다. 회사를 집처럼 편하게 여기고 일하라는 회사의 정책 때문이다.(출처:비즈니스인사이더)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진 다수 국가는 정보화산업 육성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한다. 에스토니아는 초중고 SW교육을 의무화해 국가 경제를 발전시켰으며 영국·프랑스·핀란드 등도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교육을 실시해 미래인재 키우기에 열심이다.

◇세계 SW시장 3~5위는 유럽국가

최근 세계 SW시장은 수요 확대가 뚜렷한 아시아·남미 등 신흥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경제위기와 일본 성장 둔화로 기업이 시스템 효율화에 힘쓰면서 대형 SI 프로젝트가 감소해 전체 성장률은 떨어지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유럽 주요국 SW시장 규모는 영국 740억달러, 독일 605억달러, 프랑스 443억달러로 세계시장서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4121억달러로 1위를 일본은 946억달러로 2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100억달러로 17위권을 기록해 중국(285억달러)보다도 한참 뒤처졌다.

◇공개SW 본고장…오픈소스에 혼을 불어넣다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발즈는 핀란드 사람으로 헬싱키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20여년 전 만든 리눅스는 세계 거의 모든 데이터센터에서 활용되고 있다. 모바일 OS 양대 축인 안드로이드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는 현재 SW산업을 이끌어가는 대표주자다.

IT로 국가 발전을 이룬 핀란드는 노키아의 나라로 하드웨어에서 유명세를 먼저 탔다. 하지만 실제는 SW 국가로 더 유명하다. 노키아 주인이 바뀐 후 국가 위기설까지 나왔지만 수많은 SW 스타트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견고함을 과시하고 있다.

대표 스타트업인 슈퍼셀은 모바일게임 리더로 세계시장을 장악한 강자다. 2010년 일카 파아나넨이 설립한 회사로 클래시 오브 클랜을 히트시키며 글로벌업체로 성장했다. 2014년 매출이 19억달러로 추정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2013년 일본 소프트뱅크가 인수했지만 여전히 본사는 헬싱키에 있다.

핀란드 SW산업이 꾸준히 성장세를 타는 이유는 우수한 개발인력과 탄탄한 교육 인프라에 있다. 핀란드 개발자는 주된 업무시간 외에 자신의 상상력을 구현할 수 있는 데에 매일 일정시간을 투자한다. 주어진 업무만을 하는 우리 현실과 달리 숨겨진 개발자 능력을 끌어내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핀란드는 또 초중고 교육과정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가르치고 있다. SW를 별도 과목으로 분리하지 않고, 방과후교육이 아닌 정규 수업시간에 컴퓨터 알고리즘과 코딩을 교육한다. 이런 열정이 슈퍼셀이나 로비오 등 대표 SW기업을 만든 힘이 됐다.

◇최고 ICT 가졌지만 초·중등생 SW교육에 다시 힘 쏟아

영국은 유럽에서도 최고 ICT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최대 시장을 가진 나라다. 2013년 SW시장 규모가 76억3200만파운드에 달했으며 2018년까지 연평균 3.7% 성장이 예상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SW시장은 고객에 초점을 맞춘 애플리케이션과 특화 시장에 전문화된 버티컬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버티컬 시장은 헬스케어, 통신, 금융 부문 두드러진 성장이 예상되며 전통적 PC 패키지SW보다 유틸리티SW, 서비스 기반 아키텍처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또 향후 5년간 주요 패키지SW 및 솔루션 시장은 전사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및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보안, 유통을 포함한 공급망관리 분야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에서 자리 잡은 SAP,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기업 영향으로 중소 SW업체는 틈새시장서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실제로 ERP 시장에서는 300개가량 SW기업이 경합을 펼치고 있다.

영국 비즈니스 SW시장은 ERP, CRM, 회계관리시스템, 정보SW 등 애플리케이션 제품이 약 60%를 차지하고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과 시스템 관리 툴 등 미들웨어 부문이 40%가량을 차지한다.

ERP SW 제공업체들은 실시간 ERP 솔루션 및 복합 솔루션 등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대기업을 타깃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계 SW기업 SAP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ERP, CRM, 공급망관리(SCM), 제품수명주기관리(PLM) 등이 합쳐진 통합 비즈니스 제품을 선보이면서 영국에서 활발한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 최근 영국 대기업에서는 빅데이터 SW 분야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한편 영국 교육부는 2014년 9월부터 초등학교에서 중등학교에 이르는 11년 동안 컴퓨팅 과목을 가르치게 해 주목된다. 새로 시행된 영국 국가교육과정은 컴퓨팅 과목을 기초교육과목에 포함시키고 기존 ICT 활용 교육을 대체하는 새로운 SW교육을 실시 중이다.

영국 교육부와 컴퓨팅 전문단체 ‘익스퍼트 컴퓨팅(Expert Computing)’이 각각 50% 매칭펀드로 투자한 50만파운드를 활용해 초·중등 교사를 대상으로 SW 코딩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또 200만파운드 이상을 들여 교사를 교육할 ‘마스터 교사’ 400명을 선발하고, 100만파운드를 추가 투입해 교사가 온라인에서 교육받도록 하는 등 SW교육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등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진 유럽 국가도 ICT 육성은 필수가 됐다. 특히 SW교육은 국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아일랜드는 1970년대 SW를 국가 적합 산업으로 선정하고 SW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유치를 벌여 성공하기도 했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